정치일반

[유병욱의 정치칼럼]상임위원장에서 밀려난 민주당 송기헌의 선택

상임委長 후보 6번이었지만 11명 내정자에서 제외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통과로 비명계로 낙인찍혀
주류에서 밀려나 국회 상임위원장에서도 밀린 상황
이 대표와는 사법고시·연수원 동기로 각별한 인연
송기헌 지원하는 친명의원들 다수…위상 되찾아야

유병욱 서울본부장

대한민국 국회는 상임위원회 중심이다. 그래서 국회 내 상임위원장 권한은 막강하다. 상임위에서 소관 정부 부처 및 공기업・공공기관 등과 관련한 법안과 예산을 심의 통과시켜야 본회의로 넘어가는데, 이러한 상임위의 회의 진행과 법안 상정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이 위원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 부처에서는 상임위원장의 지역 현안과 예산 배정에 특별한 신경을 쓴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의원들간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오른 민주당 송기헌(원주을) 국회의원에 대한 지역의 기대가 컸다. 그는 당내에서 상임위원장 후보 6번이었다. 당연히 22대 국회 상반기에 상임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송기헌 국회의원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 7일 발표한 11명의 상임위원장 명단에 그는 없었다. 당에서는 “개혁성과 추진성, 지역 안배를 고려해 배정했다”라고 밝혔으나 험지(險地)로 꼽히는 강원도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송기헌을 배제한 채 ‘지역 안배’를 거론한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내정자를 공개하기 전, 여의도에서는 사전에 ‘강성 친명’(친 이재명) 중심의 상임위원장 진영이 짜여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대다수가 ‘친명’ 의원들로 꼽히는 인사들이었다. 심지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최민희 의원은 3선도 아닌 재선이었다. 결과적으로 송기헌은 ‘친명’이 아니었기 때문에 밀려난 것으로 해석됐다.

사실 그가 이재명 대표와 사법고시(28회) 동기로 사법연수원(18기)도 함께 다닌 남다른 인연이 있음에도,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가 대선이었다.

이 대표가 처음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19대 대선에서 송 의원은 당시 대세를 형성했던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범 친문계’에 속해있었고, 이재명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던 20대 대선 때에는 강원도 출신 이광재 의원이 경선에 뛰어드는 바람에 이재명 후보와 함께하지 못했다. 당시 사법고시 동기이면서 친명계 좌장이던 양구 출신 정성호 의원이 송기헌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이광재가 나선 상황에서 그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송 의원과 이재명 측과의 접점은 점차 줄어들었다.

◇2023년 9월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선포직전 본회의장 뒤에 모여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송기헌 의원 모습도 보인다.

가장 결정적 사건은 2023년 9월 검찰이 국회에 제출했던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 결과였다.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었던 송 의원은 당 의원들에게 부결되도록 표 단속을 하고 본인 역시 반대투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반란표가 나오면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 대표는 복귀했지만, 그가 속해있던 원내 지도부는 당 내외에서 엄청난 질타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송기헌은 ‘비명계’로 낙인찍혔다. 이번에 상임위원장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데에도 이같은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송 의원이 어떻게 돌파하느냐다. 얼마 전 만난 그는 현재 본인이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다. 또 당내 정치적 역학관계 속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에 대한 방안도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합리적이면서 큰 소리를 잘 내지 않는 그였지만, 정치판을 보는 시각은 날카로웠다.

다행인 것은 이른바 ‘친명계 핵심’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송 의원에게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그의 사람됨과 기획력, 추진력, 대외 협상 능력 등을 알고 있는 친명계 의원들은 여전히 그와 많은 대화를 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 송 의원과 독대를 한 이재명 대표가 그의 손을 잡고 “송 의원과 내가 이렇게 서먹하게 지낼 사이가 아닌데…” 하면서 안타까워했다는 얘기는 이 대표와도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관계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부터는 송 의원의 정치력이 필요할 때다. 현재 민주당이 강성 친명계 중심이라는 현실 속에서 그는 스스로의 역량을 보여주고 위상을 높여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그가 상임위원장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강원특별자치도의 이익과도 직결된다. 국회 제1당이면서 차기 유력 대선주자를 보유하고 있는 정당에서 강원의 몫을 어필하려면 3선인 송기헌이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민주당내에서 잘 돼야 한다. 운동화끈을 다시 동여매고 있는 송 의원이 머지않은 시간에 당의 중심에 설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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