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경찰청이 교통법규 위반 단속을 위해 도입한 ‘고속도로 암행 순찰차’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어긴 채 9개월 동안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법규 준수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경찰이 오히려 위법 단속을 이어왔다는 고속도로 운전자들의 비판이 커지면서 이 기간 납부된 범칙금에 대한 반환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개인정보보호법 제27조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암행 순찰에 나설 경우 차량에 단속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규정됐다. 하지만 강원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지난달 말까지 단속 표시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암행 순찰을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강원경찰청 고속도로 순찰대는 단속 표시를 하지 않은 암행 순찰차를 통해 지난해 9월부터 올 5월까지 4,080명의 교통 법규 위반자를 단속했다. 건당 최고 범칙금(16만 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최대 6억5,280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 셈이다.
춘천에서 원주로 출퇴근을 하는 최모(28)씨도 지난 4월 중앙고속도로 횡성 IC 인근 1차선으로 주행하다가 지정차로 위반으로 단속돼 범칙금 5만 원 처분을 받았다.
최씨는 “고속도로 교통법규가 다양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운전자들이 고의로 위반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암행 순찰 경찰관들은 엄격히 벌점과 범칙금을 부과한다”며 “경찰도 법을 어긴 것이라면 운전자들과 똑같이 엄격히 처벌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지난 5일 전국 지방경찰청에 암행 순찰차 단속 표시 의무화를 위한 공문을 하달했다. 강원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관계자는 “협조 공문을 수신한 이후부터 암행 순찰차에 ‘단속 중’ 표시 문구를 부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위법 단속'으로 인해 벌점과 범칙금을 부과 받은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무효화하기 위한 집단 행정소송까지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변승국 변호사는 “단속 표시를 반드시 하도록 법이 개정된 것은 교통법규 위반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행정소송과 행정심판을 통해 납부한 범칙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제기기간이 지나면 구제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