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한국 축구의 간판 손흥민(토트넘)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운영하는 유소년 축구 훈련기관 ‘SON축구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아동학대 혐의 사건(본보 6월27일자 5면 보도)과 관련해 피해 아동 측이 스포츠윤리센터에 정식 신고서를 제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 관계자는 18일 "지난주 손웅정 감독 등 SON축구아카데미 지도자들의 아동학대 혐의에 대한 신고를 접수해 정식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스포츠윤리센터는 피해 아동 부모 측이 전날 정식 신고서와 함께 제출한 진술 자료와 통화 녹취록, 관련 영상 등을 이날 접수해 보강 조사를 이어간다.
앞서 검찰도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된 손 감독과 손흥민의 형 손흥윤 SON축구아카데미 수석코치 등 소속 지도자 3명에 대해 수사 중이다.
피해 아동 부모는 A군이 SON축구아카데미 지도자로부터 욕설, 폭언 등 정신적 학대는 물론, 폭행, 얼차려 등 신체적 학대를 받았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인은 A군 팀 선수들이 경기에서 졌다는 이유로 20초안에 골대에서 중앙선까지 뛰어오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자 코치에게 엎드린 자세로 엉덩이를 코너킥 봉으로 맞았다고 진술했다.

또 지난 3월 오키나와 전지훈련 기간엔 훈련 중 실수했다는 이유로 손 감독으로부터 욕설을 들었고, 숙소에서는 코치들이 엉덩이와 종아리를 여러 차례 때리거나 구레나룻을 잡아당기고 머리 부위를 가격했다고 말했다.
손 감독 측은 입장문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와 그 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 다만 고소인의 주장 사실은 진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며 "제 모든 것을 걸고 맹세컨대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은 결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아동 학대, 인권 침해 정황을 따져본 뒤 징계 필요성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앞서 지난 4일 아카데미 학부모들은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아카데미를 보내면서 단 한 번도 학대는 없었다"라면서 "고소한 학부모가 이해 되지 않고 원망스럽다"라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이번 사건에 언론과 국민들의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평화로운 삶의 터전이 아수라장이 됐다"라면서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중범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인터넷에 사진이 뜨고, 운동장에는 침울함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이어 "여태 운동장 한 번 와보지 않고, 감독님을 직접 뵙지도 않은 시민 단체들은 감독님을 폭력적이라며 비판하고 있고,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스포츠 윤리 센터는 아카데미를 들쑤시겠다고 예고했다"라면서 "정작 이 곳에서 지내는 아이들은 행복하다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인권이고, 누구를 위한 수사인가"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학부모님은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로 떳떳하신가"라고 지적하며 "다른 어느 클럽에서도 이렇게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열정을 쏟아내는, 그렇게 해맑게 웃으며 아이들을 안아주는 지도자를 만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운동이 끝나면 아이들과 함께 서로 부둥켜 안고 뒹구는 코치들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학대라고 할 수 있는지, 정말 저희는 그 학부모가 이해가 되지 않고 원망스러움만 가득하다"라면서 "수 년 간을 아카데미에서 지냈지만, 지금껏 단 한번도 체벌이라는 것은 없었다. 아이들 뼈와 근육이 다 여물기 전에 과도한 체력훈련은 아이에게 오히려 독이라며, 과도하게 운동을 시킨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키나와 전지훈련에 학부모님들 중 일부도 함께 동행했고, 해당 학부모님들도, 아이들도 체벌이 있었다는 그날의 분위기에 대해 “무언가 분위기를 바꿀 터닝포인트는 필요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라면서 "그 날의 일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별다르다, 특이하다 느끼지 못했고 아이들조차 무슨 별일이 일어난 것인지 의아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우리 학부모들은 감독님을 떠받들거나 체벌이 정당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저 직접 일을 겪은 당사자들은 정작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일을, 바깥 사람들이 각자의 잣대 만을 들이밀어 아카데미 안에서 마치 큰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아카데미의 구성원들을 피해자로 둔갑 시키고 오히려 저희를 괴롭히는 것을 멈춰 주시길 부탁 드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존경하는 검사님, 판사님! 부디 감독님과 코치님들을 선처해 달라. 국민 여러분, 시민단체 및 스포츠윤리센터 여러분들! 부디 저희와 우리 아이들에게 일상을 돌려달라"면서 "꿈을 향해 오늘도 묵묵히 나아가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 달라. 제발 부탁드린다"고 했다.
입장문이 발표된 직후 시민단체들은 예정됐던 토론회에서 학부모들의 이 같은 집단행동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행위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장을 지낸 김현수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나도 손 감독님이 좋은 분이라 생각한다. 방송에서 보면 담백하고, 순수하게 말씀하시는 게 알고 지낼만한 좋은 분 같은데 내가 사건 조사 중 만난 가해자들도 다 좋은 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어떤 행위가 있었고, 학부모님들이 팀을 유지하기 위해 가해를 두둔하는 행동이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런 입장문이 가장 괴롭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