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이상기후로 일찍 온 폭염과 장마에 농가 ‘울상’

5월 중순 이후 기온 평년보다 높게 유지…강수량도 많아
“오전 10시만 지나도 숨통 막히는 더위…토마토 메말라”

◇18일 찾은 춘천의 한 농가. 도내 한 농민이 모자를 둘러쓴 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손지찬 기자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최근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 내리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다. 농민들이 폭염 피해를 미처 수습하기도 전에 19일부터 장마가 시작되며 올 농사를 걱정하는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오전 찾은 춘천시 신북읍의 한 농가. 모자를 둘러쓴 농민들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채 쉴 새 없이 손을 놀렸다. 비닐하우스 내부는 푹푹 찌는 ‘찜통’을 방불케 했다.

비닐하우스에서 500평 규모의 토마토를 재배하는 김모(70) 할머니는 “뜨거운 햇볕에 토마토 줄기가 말라 비틀어져 토마토 150㎏ 분량을 폐기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오전 10시만 지나도 30도를 웃도는 상황에 비닐하우스에서 고군분투하는 김 할머니는 “요즘은 새벽 3시30분부터 나와 휴대용 랜턴을 켜고 작업을 시작한다”며 이른 더위를 답답해 했다.

고추와 감자를 키우는 이기혁(60) 씨도 “지난달 바람이 많이 불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탓에 땅이 바싹 말랐다”며 “물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감자 작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싹이 트기 시작했는데, 곧 장맛비가 쏟아지면 그나마 남은 감자에 곰팡이가 생길까 걱정”이라며 한숨지었다.

고온에 민감한 인삼 재배 농가의 상황도 비슷하다. 인삼의 생육 초·중기인 5~8월 사이 고온이 겹치면 피해가 집중된다. 지난해 폭염으로 인한 도내 인삼 고온 피해 신고 면적은 홍천·횡성 등 9개 시군에서 총 339.1㏊에 달했다. 이는 도내 전체 인삼 재배 면적의 16.8%에 해당하는 수치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6월1일부터 18일까지 한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었던 일자는 춘천, 원주, 강릉 모두 8번에 이르렀다. 지역별 6월 최고 기온은 각 33.2도, 33.1도, 33.9도 등이었다.

이에 농업기술원이 해가림 시설과 통풍이 가능한 개량형 울타리 등의 설치를 권장하고, 체계적인 대응과 기술 지원을 통해 폭염 피해 최소화에 나서기도 했다.

박미진 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장은 “올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와 농작물 재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장 중심 대응을 강화하고 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한 여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는 19일부터 장마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상청은 농경지 침수와 농수로 범람, 급류 등에 유의를 당부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호우 예보와 특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며 “하수도와 우수관, 배수구 등에서 물이 역류할 가능성을 대비,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며 말라 비틀어진 토마토 줄기 모습. 사진=손지찬 기자

◇고온으로 인한 인삼 피해. 사진=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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