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보통 전당대회가 끝나면 국민들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국민의힘 상황은 그렇지않은 듯 하다. 오히려 한동훈 대표 체제 이후에 관심이 더 쏠리는 모양새다. 이유는 하나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날카롭게 대립하던 한 대표와 당내 친윤(친 윤석열 대통령)그룹과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될 지가 또다른 관전포인트로 떠올라서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 상당수 친윤계 국회의원들은 ‘반(反) 한동훈’ 전선을 형성했다. 다른 후보들이 배신자 프레임과 김건희 여사 문자메시지 등으로 한동훈을 맹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친윤계 의원들이 있었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정치권에 퍼져있었다. 그래서 62.8%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 대표에 오른 한동훈이 자신을 비토했던 친윤계 의원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 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다. 심지어 전당대회 직전 여의도에 나돌았던 찌라시(정보지) 중에는 “한동훈이 당 대표로 당선되면 친윤계 일부 의원들을 손을 볼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던터라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지역에서 권성동(강릉)의원과 이철규(동해-태백-삼척-정선)의원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강원특별자치도와 관련해 지금까지 현안 해결에 커다란 역할을 해 왔던 핵심의원들이 혹여 당 대표와의 갈등으로 활동이 위축될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권 의원은 선거기간 중요한 고비 때마다 한동훈 캠프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했고, 이 의원도 한동훈이 당 대표가 됐을 때 대통령실과의 원만치 못한 관계 등에 대한 걱정을 여러차례 표명했다. 심지어 이 의원의 경우 본인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건희 여사 메시지와 관련돼 있다는 소문이 났을 정도로 반 한동훈의 핵심으로 부각돼 있었다. 이들이 한동훈 대표 체제에서 ‘타킷’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권성동·이철규 두 의원이 위기에 몰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아무리 당 대표라 하더라도 지역구 선출직 국회의원을 함부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 대표처럼 원외인사라면 더 불리하다. 당내에 엄연히 원내대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아닌 당 대표가 현직을 힘으로 누를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찾기가 어렵다. 당직에서 이들을 소외시키는 것이 방법일 수는 있지만 당대표 직무대리와 원내대표(권성동), 당 사무총장(이철규) 등을 두루 경험한 이들에게 당직 배제는 타격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조치가 아니다.
그래서 당 내외에서는 한 대표가 굳이 이들과 각을 세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록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로 당 대표에 올랐지만 국회의원 중심의 당내에서 아직 입지가 좁은 한동훈 입장에서 무리하게 정쟁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여러 특검법 중 ‘한동훈 특검법’ 이 국회 상임위에 올라와 있다는 점도 그의 행보를 조심스럽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서 당분간 한 대표와 친윤계 의원들이 당내에서 제 갈길을 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대표는 당을 이끄는 책임자로서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함께 그 역할에 중점을 둘 것이고, 친윤계 역시 국회내 각 자의 위치에서 의정활동과 지역구 현안을 챙기는 일을 하게 될 것이란 뜻이다. 결과적으로 여당의 전당대회 결과로 인해 강원특별자치도가 손해보게 되는 일은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거꾸로, 지역의 입장에서는 우군 하나를 더 얻은 셈이 될 수도 있다. 한동훈 당 대표가 춘천과 연고가 깊고 강원도에 대한 애정이 많다는 점을 이미 수차례 밝혔던 만큼 그가 현안들을 더 챙기면 챙겼지, 내팽게 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여기에 도 출신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한동훈 지지를 선언했던 박정하(원주갑)국회의원이 당 대표 비서실장까지 맡게 된 상황까지 놓고보면 더더욱 그렇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정치권에 상당한 갈등과 논란을 야기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강원도 입장에서만 보면 그리 나쁜 결과가 아니다. 따라서 지역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잘 분석해 어떻게 해야 지역을 위한 길인지 고민해야 한다. 정무적 판단과 접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