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총선이 끝나면서 각 정당은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준비하기 위함이다. 2026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이니 1년 10개월 후다.
아직 많은 날이 남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내 경선 등 공식적인 공천 일정뿐만 아니라 그 전에 출마자들을 발굴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그리 넉넉한 시간은 아니다. 출마를 염두에 둔 일부 인사들이 오래 전부터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 지방선거가 그 다음해 치러지게 될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이 된다는 점에서 정당들은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을 장악하지 못하면 대선 승리도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의 고민은 깊다. 시장·군수나 도의원, 시·군의원의 인재풀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강원특별자치도지사 후보가 마땅치 않아서다.
도지사 후보는 단순히 본인 선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내 18개 시·군 전체의 선거 분위기를 이끌어야 하는 만큼 지방선거의 핵심이다. 누구를 후보로 앉히느냐에 따라 선거판이 달라진다. 그런데 민주당에서는 아직 후보군이 보이지 않는다. 김도균 민주당 도당위원장도 “현재로서는 마땅히 떠오르는 인사가 없다”라고 토로할 정도다.
실제 지방선거 때마다 1순위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국회의원들은 일찌감치 손사래를 쳤다. 민주당 3선의 송기헌(원주을)의원과 재선의 허영(춘천갑) 의원은 국회에서 지역을 위해 활동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더욱이 이들 중 1명을 차출했을 경우 해당 지역구에서 치러질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민주당으로서는 무작정 현역 출마를 고집할 수도 없다. 2022년, 국회의원이던 이광재를 도지사 후보로 내보냈다가 원주갑 지역구마저 잃었던 기억은 지금까지 선명하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도지사 출마를 준비했던 원창묵 전 원주시장도 4월 총선 패배 이후 원주갑 당협위원장도 내려놓고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있고, 일각에서 이름이 나오고 있는 심기준 전 국회의원 역시 복권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분위기는 무르익지는 않고 있다.
육동한 춘천시장도 꺼내놓을 수 있는 카드다. 기획재정부, 국무총리실 등 중앙정부에서의 경험과 강원연구원장을 지내 지역 현안을 잘 알고 있다는 점 등 때문에 도지사 출마 가능성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측근 그룹에서는 육 시장 취임 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는 춘천을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강한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수부도시 시장을 도지사 후보로 돌린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다시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중앙무대에서 새로운 역할을 고민 중인 그가 다시 지역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와중에 최근 자주 거론되는 인물이 우상호 전 민주당 원내대표다. 철원 출신인 그는 386 대표주자로서 서울 서대문구에서 4선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민주당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 등 고위 당직을 모두 거친 야권의 대표주자다. 애초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지난 총선 출마도 포기했으나 민주당 지역 인사들을 중심으로 부쩍 그의 강원도지사 출마 가능성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
그도 얼마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원도지사 출마를 고민해달라는 연락을 직접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우 전 대표는 “강원도 쪽에서도 와 달라는 요청이 많다. 1년 정도 열어 놓고 고민을 하게 시간을 달라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제1 목표는 서울시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강원도지사 출마 가능성을 닫은 것은 아니지만 서울시장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처럼 민주당 도지사 후보는 또렷하지 않지만 변수는 있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8개월 앞두고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대권 전략과 연계돼 의외의 인물이 강원도지사 후보로 등장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이지만 정작 강원도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재의 정치지형을 재편하기 위해서라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1년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결국 ‘사람’을 찾아야 한다. 지금 보이지 않는 후보가 선거 직전에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질 리는 만무하다. 2022년 선거에서의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