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병원이 응급실 성인 야간진료를 중단한 데 이어 진료를 유지해 온 강원지역 타 병원의 응급실마저 도미노처럼 붕괴 조짐이 잇따르면서 환자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응급실 성인 야간진료 중단 나흘째인 5일 기준 강원지역 각 대학병원 응급실이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공지한 중증응급질환 진료 불가능 안내사항을 합치면 모두 19개에 이른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강릉아산병원 응급실에서는 전공의 이탈 이후 6개월째 야간 소아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의료진 부족으로 산부인과 응급분만, 흉부 대동맥 응급진료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실에서는 이날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 기준 뇌출혈수술, 정신과 응급입원, 수족지접합 등 필수의료 제공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사유는 모두 ‘의료진 부족’으로 기재돼 있다.
응급실 문은 겨우 열었지만 수술할 의사가 없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병원도 적지 않다.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고 말한 것과 현장 상황은 딴판이다. ‘응급실 뺑뺑이’로 아우성치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의료 위기에 대한 염려가 깊어지고 있다. 환자들은 인근 2차 병원을 찾았고, 밤에는 중환자들이 타 병원으로 몰리며 응급실은 물론 중환자실까지 포화상태가 되는 등 곳곳에서 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의료현장이 심상치 않자 의사와 환자 모두 우려를 표명하며 조속한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최악의 의료 재앙을 걱정하는 의료계 안팎의 목소리도 높다. 응급실 파행은 무너져 가는 지역의료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응급실 인력 부족은 의정 갈등 이후 전문의 이탈만이 아니라 한계에 이른 응급실이 의정 갈등을 계기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응급환자 진료 중단을 메울 대책이 시급하다. 의료 공백 사태 동안 일시적으로 응급실 운영을 축소한 적은 있었지만 야간에 아예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필수의료 지원 강화를 약속했지만 눈앞의 혼란을 수습하는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는데도 정부의 인식은 여전히 안일하다.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군의관 투입 같은 미봉책만 내놓아선 안 된다. 더구나 곧 추석 연휴다. 각종 사고나 급성 질환으로 환자가 몰리는 추석 연휴에도 응급실 파행이 이어진다면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특단의 대책이다. 더 큰 의료 위기가 오기 전에 관계 당국에서 적절한 지원과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의료계도 응급실을 정상화하고 환자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 적극 협조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국민 생명과 직결된 응급의료의 최전선이 무너지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