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불기소 권고한 것에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이 외부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9일 밝혔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취재진에게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수사 과정이)기대에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모두 검찰총장인 제 지혜가 부족한 탓"이라며 "다만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대통령께서도 언론을 통해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언급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명하지 못한 처신, 부적절한 처신, 바람직하지 못한 처신이 곧바로 법률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거나 범죄혐의가 인정되는 건 아니라는 점, 두 가지 문제가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저희도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수심위의 결론을 두고 검찰 내외부에서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검찰에 미리 마련된 모든 제도를 이번에 다 활용해서 썼다"면서 "내 결론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과정과 절차를 모두 없애야 한다고 한다면 법치주의나 수사 진행과 사건을 처분하는 과정에 미리 정해진 절차는 의미가 없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 총장은 "개인적으로는 이번 기회에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법령을 정확하게 보완하고 미비한 점을 정비해서 더 이상 사회적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입법을 충실하게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3의 장소' 조사 방식 등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해선 "문제가 없었는지 짚어보고 문제가 있었다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상당하는 진상 파악과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조만간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불기소 처분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방 공여자인 최재영 목사의 요청에 따라 사건을 수심위에 부칠지 논의할 부의심의위가 9일 열리는 점은 변수다.
하지만 이미 수심위가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했고 이 총장도 '임기 내 사건 처리'를 강조해온 만큼 오는 15일로 종료되는 이 총장의 임기 전에 사건을 종결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 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증거인멸,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등 제기된 모든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내부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청탁금지법의 경우 배우자의 금품 수수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받은 선물들은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없어 알선수재 등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지난 6일 열린 김 여사 사건 수심위에는 무작위로 선정된 15명의 위원 가운데 14명이 만장일치로 불기소 의견을 의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들 가운데 몇몇 위원은 김 여사의 알선수재 등 혐의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는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이번 수심위는 김 여사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자리였던 만큼 '계속 수사 여부'에 대한 표결은 별도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처리 방향에 대해서는 "(권오수 전 회장 등의) 항소심 판결을 세밀하게 살펴서 충분하게 검토한 다음 수사 전반에 반영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처리한다면 제대로 마무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제 임기가 이번 주에 마치기 때문에 제가 종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은 오는 12일 권 전 회장과 '전주'(錢主) 등이 기소된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항소심 판결을 선고한다.
한편,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후인 2022년 6∼9월 최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 180만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 세트, 양주 등을 받은 사실과 관련해 청탁금지법 등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주는 장면을 '손목시계 몰래카메라'로 촬영했고,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가 지난해 11월 이 영상을 공개했다.
이후 서울의소리와 시민단체 등의 고발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진척을 보이지 못하다가 제 22대 총선이 끝난 뒤인 올해 5월 2일 이 총장의 전담수사팀 구성 지시로 본격화했다.
수사 인력을 보강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약 4개월간의 수사 끝에 김 여사에게 혐의점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사팀이 7월 20일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가 관리하는 보안청사에서 조사한 것을 두고 특혜 시비가 일었고, 지난달 23일 이 총장은 최종 결론 전 공정성 제고를 위해 외부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김 여사 사건을 직권으로 수심위에 회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