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손가락 절단환자 광주서 90km 떨어진 전북 전주 이송...양수 터졌는데 6시간 만에 치료받은 임신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추석 연휴 전국 407개 응급실 운영…구급대와 종합상황실간 정보 차이 '혼선'

◇사진=연합뉴스

속보=정부가 추석 연휴 전국 409개 응급실 가운데 2곳을 제외한 모든 곳을 매일 24시간 운영한다고 밝힌 가운데, 의료진 부족으로 제때 치료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5일 오후 1시 31분께 광주 광산구 한 아파트에서 50대 남성이 문틈에 손가락이 끼여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119 구급대는 대학병원 2곳, 종합병원 1곳, 정형외과 전문병원 1곳 등 의료기관 4곳에 문의했으나 이 환자를 곧바로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이 없었다.

결국 사고 발생 2시간 만에 94㎞ 떨어진 전주에 있는 정형외과에 도착해 접합수술 등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광주지역 대학병원들과 종합병원 등은 접합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휴무인 탓에 이 환자를 전주의 병원보다 빠르게 치료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청주에서는 25주 차 된 임신부가 '양수가 새고 있다'며 119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병원을 찾지 못한 채 6시간을 구급차 등에서 대기하다 가까스로 치료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하기 위해 소방 당국이 75곳의 병원의 문을 두드렸지만,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충북도와 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25분께 청주에서 "25주 된 임신부의 양수가 터졌다"는 신고가 119에 들어왔다.

119 구급대는 임신부가 하혈하는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 환자를 받아줄 병원들을 찾기 시작했다.

소방 당국이 충북을 시작으로 서울과 인천, 경기,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까지 대형병원 75곳에 이송을 요청했지만 "산부인과 의사가 없다", "신생아 병실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이송을 거부했다.

◇구급차에 붙은 병원 선정 지연 안내[연합뉴스 자료사진]

도 소방본부는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운영 중인 충북도에 이날 오후 3시 39분께 이런 상황을 알렸다.

신고자가 119에 도움을 요청한 지 6시간이 지난 이날 오후 5시 32분이 돼서야 임신부는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다.

이마저도 보호자가 '아이가 잘못돼도 병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류에 서명하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 관계자는 "다행히 임신부는 안정을 되찾은 상태이며 태아도 무사하다"며 "중증이라고 판단되는 임신부의 경우 지역에서는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기가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충북에서는 산부인과나 종합병원을 찾지 못해 수십㎞ 떨어진 병원으로 가 이른바 '원정 출산'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15일 출산이 임박한 음성의 한 임신부는 분만을 할 수 있는 인근 지역 병원을 찾지 못해 신고접수 1시간 20여분 뒤 구급차에서 출산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산모는 음성에서 80㎞ 떨어진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아야만 했다.

도는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를 비상응급대응주간으로 정하고,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도 1개, 시·군 14개 등 총 15개 조직으로 구성된 상황반은 응급의료 상황관리와 응급의료체계 점검 등을 책임진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광주를 제외한 전국의 주요 병원 응급실은 대체로 진료에 큰 어려움 없이 평소 주말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강원도 홍천에 있는 집에서 머리를 다친 정 모(86)씨는 강원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무사히 진료를 마쳤다.

함께 병원을 찾은 아들 이 모씨는 "뒤로 넘어진 뒤 구토증세를 보여 인근 의료기관으로 갔다가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강원대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검사 결과 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듣고 나서야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응급실 진료가 축소된다는 소식에 혹시나 진료를 보지 못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때마침 뇌 분야 진료를 볼 수 있는 교수가 근무해 안심됐다"며 "연휴가 끝난 뒤에 신경외과 외래진료도 예약했다"고 말했다.

강원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과 다른 진료과 전문의 도움을 받아 추석 연휴인 응급의료센터를 24시간 운영하기로 했다.

대전·충남·충북·세종지역 대학병원 등 주요 병원 응급실도 정상 운영하고 있다.

충북 충주의료원 응급실은 당직의사 1명과 간호사 6명, 의료보조인력 1명 등 8명이 지키고 있었고 20여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수원시 아주대병원 성인응급실에는 의료진 2명, 소아 응급실에는 의료진 1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인천 길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주간과 야간에 각각 3명씩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배치했고 현재까지 응급환자 과밀에 따른 비상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곳은 평소 휴일에 하루 평균 140명가량의 응급환자가 찾고 있다.

양혁준 센터장은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에 과부하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휴 때 아프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경증 환자는 가까운 당직 병의원이나 지역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하고 중증인 경우 센터급 이상 응급의료기관을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에서는 응급의료기관 21곳이 모두 가동됐고 의료진을 태우고 서해5도를 비롯한 의료취약지에 출동해 위급한 환자들을 살리는 닥터헬기도 정상 운영했다.

전북대병원 전북 권역응급의료센터에도 전체 48병상 중 16병상만 환자가 있었다.

다른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익산 원광대병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한 환자 보호자는 "요즘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면 뺑뺑이를 돌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하면서 왔는데 다행히 진료과 당직의가 있어서 입원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런 불안감이 없도록 어서 빨리 의료 대란이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을 비롯한 부산지역 대학병원들도 추석 연휴 필수 의료시설을 정상 운영했고 경북대병원, 제주한라병원 제주권역응급의료센터 등 다른 지역 응급실도 진료 차질 없이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었다.

강홍제 원광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상급병원의 응급실에 환자가 없는 이유는 배후 진료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아서"라면서 "의료진 수가 부족해지면서 당직을 서는 의사들의 전공 분야가 줄어들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지선 1년 앞으로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