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추석 연휴가 끝나고 22일은 여름과 가을이 나뉘는 계절의 분기점, 추분이다. 이때부터는 천둥소리가 그치고, 벌레는 땅속으로 숨고, 땅 위의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곳곳에서 9월 최고기온 기록이 깨지고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늦은 폭염경보가 발효되는 등 역대급 무더운 날씨에 모두 혀를 내둘렀다. 연휴 기간 춘천은 지난 17∼18일 열대야가 발생해 1966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지 58년 만에 처음으로 9월 열대야가 나타났다. 원주는 이달 들어 세 번째 열대야를 겪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은 ‘다산시문집’에서 “추분에 관직을 검열하니 공조에서 곡식 등의 분량을 재는 데 쓰는 그릇이 균평하다 일컫는다”고 했다. 이처럼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은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기에 중용의 덕을 갖춘 절기다. 또한 추분이 지나서도 천둥소리가 들리면 재액의 징조로 여겨 임금의 수신을 더욱 강조했다고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 더 많은 국민이 사랑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행히 ‘추석 폭염’이 주말부터 한풀 꺾일 전망이다. 추분이 지나면 아침과 저녁으로 바람이 차가워지고 가을도 깊어갈 것이다. 얼음물을 들이켜도 흐르는 땀이 식지 않던 때가 추석 연휴였는데 곧 한밤엔 창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10월8일)를 지나면 계절은 다시 바뀌고 한 해가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중국 후한시대 학자였던 허신이 편찬한 한자사전인 설문해자에는 “용은 춘분에 하늘로 올라갔다가 추분에 내려와 연못에 잠긴다”고 쓰여 있다. 용은 고대 중국인들의 상상 속 신령한 짐승으로 동서남북의 네 방위 중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이다. 그만큼 신성한 절기다. 모두에게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었던 올해다. 아쉬움도, 후회도 남겠지만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수확의 계절을 맞아 어려웠던 시간을 버텨내고 있는 자신과 가족, 주위의 동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