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차등 전기요금제, 전력 생산지 혜택 취지 외면하나

정부, 수도권·비수도권·제주 3분할 검토
강원 등 전력 자립률 높은 지역 수혜 없어
권역·요금 세분화해 불합리성 해소해야

정부가 오는 2026년 시행을 앞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권역 구분을 수도권, 비수도권, 제주 등 3분할로 구상 중이다. 이대로라면 지역별 전력 생산량이나 자급률과는 상관없이 강원 등 비수도권 전체가 단일 요금으로 묶이게 된다. 강원지역의 경우 풍부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력 자립률도 전국 최고 수준에 이른다. 2023년 기준 강원지역의 전력 자립률은 213%로 경북(216%), 충남(214%)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올해 상업운전을 시작한 동해안 최대 규모 석탄화력 삼척블루파워를 포함할 경우 전국 1위에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비수도권으로 묶어버리면 전북(72%), 대구(13%), 충북(11%), 대전(9%) 등과 똑같은 요금이 적용된다. 결국 전국 최상위권의 전력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별다른 혜택을 보기 어려워 차등 요금제를 왜 하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는 ‘발전소, 송전선로가 많은 지역일수록 전기요금을 낮게 책정해 전력 수급 불일치와 송·배전망의 투자 부담을 줄인다’는 차등 요금제도의 취지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역에 따른 전기 생산량과 소비량이 천차만별이다. 강원지역에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즐비하다. 지역 주민들은 환경오염이나 위험을 감수하면서 역내에서 소비하는 전기량의 몇 배를 생산한다. 생산시설이 적은 서울과 경기는 모자라는 수요를 강원지역 등에서 가져간다. 정부가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차등 요금제의 권역을 3분할로 만든 건 수도권의 반발을 일정 부분 무마하고, 차등이라 할지라도 부과 체계를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편의주의적 발상 때문일 수 있다. 기왕에 도입하는 획기적인 제도를 이렇게 무성의하게 설계해선 안 된다. 전기 자급률이 낮은 곳과 높은 곳이 같은 돈을 내는 게 부당하다는 문제의식이 차등 요금제의 시작이다. 따라서 전기요금 차등 부과는 현행 제도의 불합리성을 해소하는 데서 출발하는 게 맞다.

차등 전기요금제는 풍부한 전력, 저렴한 요금으로 첨단기업 유치에 나서려던 도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전기요금이 싸지면 전력 소비가 많은 4차 산업 관련 기업의 지역 유치가 쉬워지며, 그로 인해 일자리가 늘어나고 사람이 모일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안은 이런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요금 권역을 전력 자급률에 따라 더욱 세분화하고 권역별 요금 격차도 확실하게 벌려야 제도의 취지가 충분히 살아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치밀하고 정교한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 또 지자체는 정부의 움직임을 면밀히 파악하고 지역의 상황과 입장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전기요금 차등화 정책은 전력 생산이 많은 강원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 손 놓고 가만히 보고만 있다가는 헛물만 켤 수 있다. 도가 ‘차등 전기요금제’의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지자체는 물론 지역 정치권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