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도 일촉즉발이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한반도도 직접 영향권에 드는 모양새다. 5일 치러질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전 세계 경제도 요동칠 판이다.
사상 유례없는 거대 야당과 수적 열세에 발버둥치는 여당이 맞선 국회가 청문회, 국감을 통해 ‘막말 퍼레이드’를 펼쳤다. 자신을 ‘야매’라고 말하는 사람의 한마디에 일희일비다. 무면허, 무자격자다. ‘안하무인’ 정치인이나 ‘영혼 만렙’ 공직자 모두 ‘센’ 입으로 국민들의 피곤을 부채질하고 있다. 야당 대표 부부는 ‘재판 출두’에 여념이 없고, 대통령 내외는 ‘비선 논란’에 조용할 날이 없다. 두 사안은 공(公)과 사(私)를 혼용해 빚어진 혐의와 의혹이다.
누구나 국민을 들먹인다. 총선에서 거대 야당을 만들어 준 것도, 이보다 앞선 대선에서 ‘비여의도 출신 평생 검사’를 선택한 것도 국민들이다. 지역구 당선자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국회의원은 11만7,407표다. 대선 당선자는 1,639만4,815표를 얻었다. 하지만 똑같이 국민을 말한다.
앞으로 선출직 공직자는 정치 관련 이벤트에서 지역구와 득표수를 밝히고 발언하도록 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요즘 국회는 ‘대통령 300명 시대’를 방불케 한다.
2014년 무렵 근무지를 횡성에서 원주로 옮겼다. 그때 어떤 자리에서 원주시장과 기업 유치를 화두로 얘기를 나눴다.“횡성은 해마다 꽤 많은 기업을 유치하고, 그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원주는 꼭 그렇지 않은 거 같다”고 말을 꺼내자 시장의 기발한(?) 대답이 들려왔다.
“기업 유치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횡성에 기업이 유치되면 원주 인구가 늘어난다. 원주의 정주여건이 좋기 때문에 직장은 횡성에 있어도 주거나 경제 활동은 원주에서 한다.” 기억의 한계로 정확한 워딩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맥락은 그랬다.
실제 출·퇴근 시간대 횡성과 원주를 잇는 국도 5호선, 국도 44호선, 지방도, 고속도로 등은 하루가 다르게 차량이 늘어 지·정체가 심화되고 있다.
횡성에 터를 잡은 유수의 기업체들 가운데 파스퇴르유업이 있다. 1987년 설립된 유가공 업체로, 민족사관고를 운영하면서 유명세를 더했다. 지금은 식품 대기업군에 포함돼 브랜드만 남았다.
이 곳에 몸담았다 독립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명 ‘파스퇴르 사단’이 있다. 2007년 횡성에서 사업 첫발을 내디딘 서울F&B가 공장 증설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창업주가 탁월한 안목으로 회사를 국내 음료 시장의 ‘기린아(麒麟兒)’로 키웠다. 설립 17년 만에 우량 중견기업 반열에 올랐다. 횡성 공근IT밸리 공장을 시작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임직원들이 흘린 땀방울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원주 기업도시에 제2공장도 신축해 도약하고 있다.
며칠 전 이 회사의 본사가 원주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회사의 깊은 속사정을 알 수 없지만, 여러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횡성군청은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경제정책과장이 공석이었다. 산업단지에 큰 공장을 짓고 잘나가던 철강 회사도 어느새 통째 사라졌단다. 모 공단 관계자는 “민원 창구로 정기 개최되던 간담회도 뜸해져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5개 공단에 120여개 기업과 개별 입지 업체들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 상황에 컨트롤 타워가 장기간 부재했다.
지역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성장한 회사가 본사를 옮기겠다는데 횡성군의 속내는 뭘까? 게다가 이와 관련, 언론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홍보하는 원주시의 경쟁력은 어디쯤일까? 이 같은 ‘제로섬(Zero-Sum) 게임’을 국회라면 어떤 막말로 표현할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