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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속초 혁신성장 마중물 '크루즈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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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선 속초시장

혁신의 아이콘이자 글로벌 IT 기업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는 여러 공식 석상에서 혁신과 창조의 비결로 ‘연결’을 강조한 바 있다. 여러 가지 편의기능을 한데 집약시킨 스마트폰과 같이, 이미 세상에 존재하던 것들이라도 이를 조화롭게 연결시키면 얼마든지 혁신과 창조로 향하는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 속초시 또한 누구나 알고 있고 오랜 기간 가까운 곳에 존재했던 ‘어떤 것’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면 그간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혁신 성장의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바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시금 재조명 받고 있는 리바이벌 산업, ‘크루즈 산업’이다. 크루즈에 탑승한 여행객들은 기항지에 머무르는 낮시간에는 현지 관광을 즐기고, 지역을 이동하는 저녁 시간에는 선내에서 최고급 식음 서비스와 웰니스 프로그램, 각종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며 각자의 여행 욕구를 마음껏 충족할 수 있다. 이러한 총체적 경험을 담보로 크루즈에 탑승한 여행객들은 기꺼이 선사에 큰 돈을 지불하고, 이 여행객들의 높은 구매력과 지불의사가 결국 기항지에서의 통 큰 소비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크루즈 운항을 위해서는 탑승객과 맞먹는 수의 승무원은 물론 막대한 규모의 식자재와 연료, 물품 등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하므로, 크루즈는 그 자체로 이미 기항지에서의 상당한 직·간접적 소비를 유발한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 정부가 추산했던 2016년 기준 국내 크루즈 관광객 입항의 경제효과는 무려 5조 5,000억 원에 달하며, 이 중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친 지역 소비지출 규모는 2조 465억 원 규모였다. 크루즈 유치를 목표로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 크루즈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이다. 그럼, 크루즈 선사 입장에서 우리 속초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할지 가늠해보자. 대한민국 전체 도시를 통틀어 147위에 해당하는 105.75㎢의 좁디 좁은 면적을 보유한 속초시. 거의 모든 지역이 9분 안에 이동 가능할 정도로 협소한 이 공간에 산·바다·호수·온천 등 천혜의 자연 환경과 속초관광수산시장, 아바이마을 등의 내로라하는 국가대표 관광지가 오밀조밀 모여있다. 크루즈 사업체의 경영자적 시각에서는 시간이 곧 금이고, 영업이익이다. 여행기간이 길면 길수록 투입되어야 하는 재화와 이에 상응하는 노동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짧은 시간 내 다양한 관광욕구를 일거에 충족시킬 수 있는 ‘콤팩트시티 속초’는 모든 선사가 군침을 흘릴 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기항지인 것이다. 그 뿐이랴. 크루즈 관광이 시작되는 모항으로써도 우리 속초시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자랑하는 도시이다. 일본·러시아·중국 거점 항만도시들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속초는 이미 동북아 크루즈 네트워크의 중심지로서의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다. 2027년 동서고속화철도가 개통되면 글로벌 국제도시라면 필수적으로 갖춰야한다는 트라이포트(철도·항만·국제공항) 또한 완성된다. 거기에 강릉~제진을 잇는 동해북부선의 개통과 동해고속도로 속초~고성 구간 연장까지 현실화된다면, 전례 없는 도시 확장성으로 속초의 입지와 위상은 더욱 높아진다.

필자가 미래 100년의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의 교두보로 크루즈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이다. 국내·외 정부 기관과 유수의 기업들이 하나같이 향후 글로벌 관광시장을 주름잡을 킬러 콘텐츠로 지목하고 있는 크루즈 산업. 그리고 이러한 크루즈 산업을 지역 혁신 성장의 마중물로 바라보고 있는 콤팩트 시티 속초. 크루즈 산업을 향한 관심과 투자의 바람이 다시금 불어오려 하는 지금, 바람 불 때 돛을 올리듯 흐름을 읽고 기회를 선점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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