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지역에서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 재선충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사유림 산주들의 무관심으로 방제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임야를 소유만 하고 관리는 하지 않는 ‘부재 산주’가 많아 신속한 방제에 차질이 빚어지는 실정이다.
19일 홍천군 북방면 상화계리의 이모(65)씨 집 뒤편에는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린 고사목과 시료 채취를 앞두고 QR코드가 인쇄된 인식띠를 두른 의심목이 줄줄이 있었다. 불과 2~3년 사이에 이 일대 야산으로 재선충병이 번졌다. 이 씨는 “고사목이 쓰러져 집을 덮칠까 불안해 군청에 빨리 베어 달라고 1년 넘도록 민원을 넣었지만 사유림 산주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답변 뿐”이라며 “외지인인 산주에게 허락을 받고 사비를 들여서라도 베어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강원지역 소나무재선충병은 피해 고사목은 2022년 7,792그루, 2023년 8,363그루였고, 올해는 1만 1,654그루에 달했다. 하지만 피해 고사목을 제거하고 훈증이나 파쇄처리 한 방제 현황은 올해 7,994그루에 그쳤다. 예산 확보 문제도 있지만, 사유림 산주 동의 절차도 원인으로 꼽힌다.
각 지자체는 감염목이 발견되면 소유자나 대리인에게 방제 명령을 내리고, 방제 시기(1~3월·10~12월)에 조치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부재 산주가 많아 실제로는 지자체가 공고를 내고 직접 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방제사업을 위탁 받은 산림조합 관계자들은 “소나무재선충병방제특별법에 따라 산주 동의 없이 긴급 벌채는 가능하지만, 사유 재산인 만큼 현실적으로 실행은 어렵다”며 “예방 나무 주사는 잣 등 임산물의 농약 검출로도 이어질 수 있어 더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유림 산주들의 신속한 동의를 유도할 새로운 방제 전략이 필요한 실정이다.
도 관계자는 “파쇄목을 판매한 금액을 산주에게 지급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벌채 이후 수종 전환으로 재선충병 확산을 막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