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옥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좋아해서 미안해’가 출간됐다. 이 시집은 시인이 손자의 성장 과정에서 마주한 순간들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그를 통해 시인의 내면을 재발견하는 여정을 그린다. 시집의 중심에는 손자가 있으며, 그의 순수한 시선과 행동은 시인의 마음을 위로하고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주체로 그려진다. 시집은 손자 기선이와의 교감에서 출발한다. 시인은 손자의 말과 행동, 그리고 함께한 순간들을 통해 잊고 있던 감정과 깨달음을 발견하며 이를 시로 엮어냈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따뜻한 정서와 가족애는 독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문 여는 사람’에서는 손자의 작은 몸짓에서 느껴지는 위로와 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넌 내게 살며시 기댈 뿐인데 요새 뭐 해요? 말 거는 것 같고”라는 구절은 단순한 순간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시인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 또 다른 작품 ‘정비공 소년처럼 네가 와서’에서는 손자를 ‘정비공’으로 묘사하며, 그 존재 자체가 시인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를 따뜻하게 그려낸다. 한 시인은 “기선이 내게 와 말 걸어주고 놀아준 꿈결같은 시간 속 그 빛깔과 냄새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조그만 글들을 모아 시집을 묶는다”고 말했다. 달아실 刊. 148쪽. 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