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방송인 사유리가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한국에서는 기혼 여성에게만 시험관 아기가 합법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의 혼외자 스캔들이 비(非)전통적 가족 구조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우성이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문가비와 결혼 계획은 언급하지 않아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우리는 여전히 결혼을 통한 출산만이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제도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미 새로운 가족 형태가 폭넓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 2018년 통계청 발표부터 13세 이상 인구 중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과반수를 넘어선 상태다. 또 2020년 6월 여성가족부가 전국의 만 19세 이상 79세 이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서 10명 중 6명은 법령상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과 비혼 동거까지 넓히는 데 찬성했다. ▼나경원 국회의원은 최근 우리나라도 프랑스식 ‘등록 동거혼(PACS)’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등록 동거혼은 혼인하지 않은 남녀가 ‘동거 신고’만 하면 국가가 혼인 가족에 준하는 세금·복지 혜택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나 의원은 “혼인하지 않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014년 30%에서 지난해에는 43%로 높아졌고, 2023년 전체 출생아의 4.7%가 법률혼이 아닌 상태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시대에 맞게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다양한 가족유형을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올 4월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에 의하면 전국 1인 가구는 1,003만9,114세대로 전체의 41.8%에 달했다. 5명 중 2명이 혼자 사는 셈이다. 이 같은 통계의 이면에는 다양한 가족이 존재한다. 비혼인 동거를 비롯해 동성가구, 비혈연가구, 그리고 1,000만에 이르는 반려가구 등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모든 가족이 당당히 어울려 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