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군 장성의 눈물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피눈물로 전한 전역사(轉役辭)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는 ‘후배 장교 및 장성들에게 전하는 당부’에서 ‘지난 40년간 저에게는 지켜야 할 조국이 있고, 생사를 함께할 전우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늘 힘의 원천이자 행복의 근원이었다’며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라. 정치가들이 평화를 외칠 때 전쟁을 준비하는 각오를 가져라. 군대의 매력을 증진시켜라. 정치지도자들에게 다양한 군사적 옵션을 제공하라’는 네 가지 당부를 남겼다. ▼그는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이유로 ‘정권이 능력을 상실하면 다른 정당에서 정권을 인수하면 되지만 군을 대신해 나라를 지켜줄 존재는 없다. 정치지도자들이 상대편의 선의(善意)를 믿더라도 군사지도자들은 선의나 설마를 믿지 말고 스스로의 능력과 태세를 믿을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은 평화는 진짜 평화가 아니며 전쟁을 각오하면 오히려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의미 있는 충고를 했다. ▼박찬주 그는 40년 넘는 세월을 군에서 보내며 대장 계급장까지 달았으나 2017년 7월 갑질 의혹이 제기돼 부인과 함께 국민의 공적(公敵)이 됐다. 그는 헌병대 영창에서 사병들과 함께 3개월을 갇혀 지냈다. 그러다 대법원이 전역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비로소 일반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2019년 4월에 있었던 항소심에서 결국 무죄 선고를 받았다.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이상현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특전여단장(육군 준장)은 후배인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육군 대령)의 증언을 지켜보며 눈물을 참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끝내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기도 했다. 이 여단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 장악 등의 명령을 받고 현장에서 계엄군을 지휘한 장성 중의 한 명이다. 그의 눈물이 박 전 육군대장의 전역사와 진하게 오버랩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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