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외수의 중편소설 ‘장수하늘소’는 동원시와 장암산이라는 두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작품 속 배경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장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읽다 보면 춘천과 연결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작가는 춘천을 비롯한 강원도의 자연적 특징과 역사적 맥락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이 배경을 통해 작품의 주제를 형상화했다.
장수하늘소는 주인공 박형국과 그의 동생 박형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형국은 생물학을 전공하다 중퇴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곤충을 밀매하며 살아간다. 그의 동생 형기는 재앙덩이로 불리며 마을에서 소외된 존재다. 형국의 가족은 형기의 특이한 탄생과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계속 불행을 겪고, 형기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간다. 형국은 곤충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며 연인 우희와의 관계를 이어가고자 하지만, 우희는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을 약속한다. 실연에 상처받은 형국은 형기와 함께 장암산으로 들어가 장수하늘소를 채집하며 현실에서 도피하려 한다. 그러나 밀매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게 되고, 3년의 수감 생활 후 장암산을 다시 찾아간다. 그곳에서 그는 동생 형기가 장수바위 위에 앉아 피라미드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피라미드 안의 장수하늘소는 죽어있었지만, 강렬한 빛과 함께 부활해 하늘로 날아간다. 형기는 그 순간 미이라가 되어 세상을 떠나고, 형국은 동생이 신선이 되어 선경으로 떠났다고 믿으며 산을 내려온다.
실제 춘천 근교에는 소설 속 배경과 유사한 요소들이 많다. 특히 소양강과 주변의 산세는 장암산을 떠올리게 한다. 작중 장수하늘소가 등장하는 장암산은 1970년대 소양댐 건설로 인해 수몰된 마을들과 연결 지어 해석할 수 있다. 소양댐으로 인해 사라진 자연과 마을은 소설 속에서 장수하늘소와 동생 형기가 상징하는 잃어버린 생명과 순수성을 떠오르게 한다. 장수하늘소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던 춘천의 특정 지역들이 역사적으로도 작품과 연결되며, 작가가 그린 강원도의 초월적 공간은 실제 강원도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곤충과 자연을 통해 인간의 허무와 구원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탐구한다. 장암산과 장수하늘소는 단순히 곤충 채집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잃어버린 순수한 생명과 자연의 신비를 상징한다. 이외수의 장수하늘소는 강원도의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작품의 핵심 요소로 삼는다. 장암산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강원도의 산세와 연결되며 초월적 공간으로 그려진다. 장수하늘소의 부활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생명력을 상징하며, 현대 문명이 자연에 가한 파괴 속에서도 생명은 회복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특히 춘천의 역사적 맥락이 소설 곳곳에 반영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소양댐 건설로 인해 잃어버린 마을과 자연은 현대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된 생태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주인공 형국이 곤충을 일본인에게 밀매하는 모습은 자연의 상품화를 비판하며, 자연과 인간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를 드러낸다. 작품 속 장암산은 상상의 산이지만, 독자들은 이를 통해 강원도 자연의 신비와 생명력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다. 이외수는 강원도의 풍광과 자연적 요소를 통해 생명과 허무,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외수의 장수하늘소는 강원도의 자연과 현대인의 삶을 연결하는 문학적 다리 역할을 한다. 작품 속 장암산은 인간 내면의 갈등과 자연의 초월적 힘이 만나는 상징적 공간이며, 장수하늘소의 부활은 잃어버린 생명과 자연에 대한 희망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강원도의 자연이 문학 속에서 어떻게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