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출신 황인옥이 펴낸 장편소설 ‘화진포의 성’은 구한말 조선에서 의료선교사로 활동했던 윌리엄 제임스 홀과 로제타 셔우드 홀부부 그리고 아들 부부에 이르기 까지 2대에 걸쳐 헌신한 홀 가족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닥터 홀가의 의료 선교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소설은 셔우드 홀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써 내려간 이른바 ‘실록소설’이다. 캐나다 출신 윌리엄 제임스 홀은 병에서 극적으로 회복한 뒤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뉴욕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선교사의 길을 선택하며 조선으로 파견을 요청한다. 미국 펜실베니아 여자의과대학을 졸업한 로제타 셔우드는 여성 환자와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1890년 조선에 먼저 파견된다. 조선에서 로제타는 여성 전용 병원을 설립하고, 자신의 몸에서 피부를 떼어 화상 환자를 치료하는 등 헌신적인 의료 활동을 펼친다. 그녀는 의료를 통해 조선 여성의 삶을 바꾸며 신뢰를 얻는다. 1891년, 윌리엄이 조선으로 파견되며 두 사람은 재회해 사랑을 이어가고, 1892년 봄 결혼식을 올린다. 부부는 이후 평양 선교 기지 개척을 시작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외국인에 대한 경계와 동학 운동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윌리엄은 평양에서 의료선교 활동을 이어가며 병원 설립을 준비하고, 조선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다. 로제타는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조선 여성과 아이들의 의료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전념한다. 1893년, 부부는 아들 셔우드 홀을 낳는다. 셔우드는 조선에서 태어난 최초의 서양 아기로 기록된다.
윌리엄은 평양에서 선교 활동을 지속해야 했기 때문에, 가족은 평양으로 이주해 정착한다. 셔우드는 평양에서 성장하며 부모의 헌신적인 의료 활동을 가까이서 지켜본다. 평양은 그들에게 단순한 선교지가 아니라 새로운 사명의 중심지가 된다. 그러나 평양에서의 선교 활동은 쉽지 않았다.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과 동학 운동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 선교에 대한 적대감 등으로 인해 어려움이 지속된다. 이후 일본 군부가 원산 해변을 군항으로 사용하기 위해 일반인의 접근을 금지하면서 홀 가족은 강원도 고성으로 이주해 화진포에 정착하게 된다. 이곳에서의 삶은 소설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화진포는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바다와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환경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부부는 화진포의 자연 속에서 삶의 평화를 찾으며, 새로운 의료선교의 터전을 마련하고자 한다. 화진포는 금강산과 인접한 아름다운 자연 속에 위치하며, 선교와 의료 활동을 이어가기에 이상적인 장소로 여겨졌다. 이곳에서 부부는 ‘화진포의 성’을 짓는다. 성은 회색 돌로 지어진 서양식 건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그들의 신앙과 이상을 상징하는 공간이 된다. 화진포에서 가족은 의료선교 활동을 지속하며,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합니다. 그러나 윌리엄은 선교와 의료 활동을 이어가던 중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로제타는 홀로 셔우드와 함께 의료 활동을 계속 이어간다. 성장한 셔우드 홀은 부모의 이상을 이어받아 조선에서 의료와 사회 활동을 펼친다. 그는 아내 메리언 보톰리 홀과 함께 조선에서 헌신적인 삶을 이어가며, 조선의 의료 환경 개선과 교육 활동에 기여한다. 이처럼 ‘화진포의 성’은 소설의 주요 배경지 중 하나로, 홀 가족의 헌신과 신앙, 그리고 조선에서의 도전과 변화를 통해 새로운 이상을 꿈꾸는 여정의 안식처로 역할한다. 소설 속 홀가족의 이야기는 격변의 시대 속에서 신념과 희생을 통해 어떻게 사회적 변화를 이룰 수 있는지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석조 건물인 ‘화진포의 성’은 해방전까지 김일성의 가족들이 여름 휴양지로 사용하면서 ‘김일성의 별장’으로 불리고 있지만, 소설을 통해 그곳이 실은 우리나라에서 헌신의 삶을 산 홀 가문의 역사적 흔적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