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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강원도](96)최수철의 ‘머릿 속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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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철의 ‘머릿속의 불’이 실린 중편소설집 ‘내 정신의 그믐’

춘천출신 소설가 최수철(한신대 명예교수)은 인간 존재의 내밀한 심리와 철학적 주제를 심도 있게 탐구하는 작가로, 그의 작품은 깊은 사유와 독창적인 표현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중편소설 ‘머릿속의 불’은 춘천의 자연과 풍경을 배경으로, 인간의 내면 세계를 탐구한 작품이다. 제16회(1992년) 이상문학상 추천 후보작에 오르기도 한 이 소설은 강과 산, 그리고 산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러한 장소들이 소설의 주요 메시지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소설 머릿속의 불은 주인공이 강변을 따라 걷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강 주변의 풍경을 관찰하며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해 사유한다. 강변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주인공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특히 강 위의 다리는 그가 자살을 결심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게 되는 상징적인 장소로 묘사된다. 이처럼 춘천을 연상케 하는 강과 다리의 묘사가 인상적이다. 이후 주인공은 도시의 일상과 단절된 산장으로 이동한다. 산장(삼악산장을 떠올리게 한다)은 고요하고 고립된 장소로, 주인공이 내면의 갈등을 직면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산장에서 그는 강(의암호)을 내려다보며 자연과 가까워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불안과 욕망을 깨닫는다. 강 건너편의 어두운 풍경과 산속의 불빛은 주인공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작용하며, 그의 불안을 더욱 명징하게 드러낸다. 산장에서 만나는 인물들과의 미묘한 교류는 인간 관계의 단절과 소통의 문제를 탐구하는 중요한 요소다. 산장 주인과 다른 투숙객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주인공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여전히 자신의 내면에 갇혀 있으며, 산장은 그가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점에서 산장은 주인공이 현실을 도피하면서도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중간 지점으로 기능한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은 강과 산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자신의 머릿속에 타오르는 불을 목격한다. 이 불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그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과 깨달음을 상징한다. 춘천의 자연은 이러한 상징을 더욱 강화하며, 독자로 하여금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삶과 죽음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춘천의 모습들은 이 소설에서 단순히 배경으로 그치지 않는다. 강과 산은 주인공의 내적 여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곳에서 그는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된다. 춘천을 떠올리게 하는 강변과 다리, 산장의 고립된 풍경은 주인공의 심리적 상태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공간의 독특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특히 산장에서의 장면은 자연과 인간의 내면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주인공이 자신의 불안과 대면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된다. 이 소설은 춘천이라는 장소가 명시적으로 표현돼 있지는 않지만 작가의 고향이 춘천이라는 사실을 통해 장소를 추측해 낼 수 있게 한다. 강과 산, 산장이 지닌 장소성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소설의 주제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 소설에서 춘천은 주인공의 심리와 사유를 담아내는 심오한 상징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춘천이라는 장소성과 인간 내면의 관계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춘천이라는 지역적 배경은 이 소설을 더 풍부하게 만든다. 독자들은 주인공이 강과 산, 그리고 고립된 산장에서 느끼는 감정을 통해 춘천이라는 장소성이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을 탐구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하는지 깨닫게 한다. 춘천의 자연과 풍경은 이 작품에서 생생히 살아 숨 쉬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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