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양 출신 이상국 시인이 아홉 번째 시집 ‘버섯의 노래’를 상재했다.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1976년 ‘심상’에 ‘겨울 추상화’ 등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 시인은 50여 년간 자연을 문우 삼아 시를 써내려 갔다. 그는 이번 작품집에서도 자연을 벗 삼아 인생을 노래한다. 특히 이번 작품집은 데보라 김(Deborah Kim) 번역가의 영역을 통해 영문판 ‘Song of the Mushroom’으로도 출간돼 눈길을 끈다.
아무 생각 없이 풀밭에서 메뚜기를 붙잡았더니 다리 하나를 툭 떨구고 간다.//(중략)//사람의 다리는 새로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저 높은 곳에서 달라면/다리 같은 건 하나 내주어야 할 때가 있다.(다리하나 中)
시집을 관통하는 마음은 ‘측은지심’이다. 쉼이 없는 자연의 세계는 시인에게 경외의 대상이자 연민의 대상이다. 당나귀의 검은 눈에서, 메뚜기의 떨어진 다리 한쪽에서, 마당 한 편의 소금푸대에서 시인은 삶의 무게를 읽어낸다.
자연을 재료로 시를 써내려 가는 시인은 생의 근간인 농토를 외면하는 시대와, 방치되고 사라지는 자연을 우려한다. 하지만 바쁘게 낯을 붉히며 익는 사과에서, 겹겹이 피어난 수국에서 시인은 다시 자연을 노래할 힘을 얻는다. 자연이 곧 문학이자 삶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세계로 초대한다.
이상국 시인은 “시인은 대체적으로 작고 보잘것없거나 잊혀져가는 것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집을 지어주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며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지만 메마른 길바닥에 기어 나와 개미떼에게 자신을 내어주거나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지렁이에게 제발 그러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아시아 刊. 88쪽.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