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동화, 무뎌진 감정에 말을 걸어오다

◇함영연 作 ‘재두루미의 은빛 사랑’

강릉 출신 함영연 아동문학가가 창작동화집 ‘재두루미의 은빛 사랑’을 출간했다. 문예지에 실린 일곱 편의 동화를 엮어낸 작품은 세상을 구원하는 동심의 가치를 전한다.

함영연 작가는 지극히 현실적인 일상을 배경으로 동화적 세계를 구축했다. 삶을 채운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동화적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들은 잊혀져 가는 공존과 사랑의 가치를 조명한다.

무거운 현실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들은 순식간에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분단의 현실 속 엄마 잃은 고라니와 할머니와의 교감을 그린 ‘고라니의 길’은 엄혹한 현실에 가야할 길을 제시하며, ‘소리 허깨비’는 부모의 이별에 흔들리는 아이의 마음을 위로한다.

동화는 어른들의 무뎌진 감정에도 말을 걸어온다. 반려동물과 소년의 뜻하지 않은 이별과 재회를 담은 ‘눈부처’는 우정의 무게를 상기시키며, ‘요령 택시 기사’의 달라져가는 모습은 각박한 일상에 잠식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하늘이 노랗다고 우겨도’ 역시 애써 몸을 부풀리며 살아가야 했던 어른들의 등을 토닥인다.

일곱편의 동화는 내일을 살아갈 희망을 선물하며 막을 내린다. ‘오색 팔찌’ 속 기적 같은 만남을 지나, ‘재두루미의 은빛 사랑’의 애틋한 재회에 다다르면 더이상 이별이 두렵지도, 만남이 버겁지도 않다.

함영연 작가는 “언젠가 목욕을 시키고 본 반려견 똘이의 눈동자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다”며 “이야기는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이 있기에, 한 편 한 편 공들여 썼던 기억들이 새록새록한 일곱 편의 이야기에도 그런 힘이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단비어린이 刊. 160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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