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된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조사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출석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탄핵소추 사유들을 전면 부인한 가운데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22일 조사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오 처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윤 대통령 측에서도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의가 있는 부분은 법질서 테두리 내에서 불복 절차를 따르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수처는 처장이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할 것이라고 사전에 알렸는데, 오 처장은 질문을 받기에 앞서 이런 내용의 미리 준비해온 원고를 읽었다.
지난 15일 체포된 윤 대통령은 16·17일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했고, 19일 새벽 구속된 뒤에도 당일 오후 2시와 20일 오전 10시 출석하라는 두 차례 요구에 응하지 않고 구인에 따르지 않자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 처장은 "소환에 불응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강제 구인에 나서고 있다"며 "오늘 강제 구인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 12월에는 소환에 불응했고 올 1월에는 체포영장에 불응했고 지금 구속영장 소환에 불응하는 상태"라며 "공수처는 법질서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헌재 탄핵심판 출석 후 병원에 방문할 계획이었던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미리 인지한 건 아닌데 약간 숨바꼭질 비슷하게 됐다"며 "병원까지 찾아가는 것은 인권 차원에서 맞지 않다고 생각해 구치소에서 기다렸다"고 답했다.
오 처장은 이런 행보가 '수사 회피' 목적 아니냐는 질문에는 "일정 정도 그렇게 보고 있다"면서 "어제 수사진이 밤 9시까지 구인을 위해 기다렸고 그 시간 이후 구치소에 도착한 것으로 안다. 그런 점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전날 윤 대통령을 강제 구인하거나 현장 조사하기 위해 구치소를 찾았는데, 윤 대통령이 진료 후 오후 9시를 넘어 귀소하는 바람에 조사하지 못했다. 인권보호규정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의자 동의 없이 오후 9시를 넘어 심야 조사를 할 수 없다.
현직 대통령의 이동 동선은 경호 보안 사항이어서 공수처가 미리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만약 공수처가 윤 대통령 변호인단과 사전에 소통했다면 허탕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공수처는 20일에도 강제 구인을 시도했으나 윤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변호인을 접견하며 조사를 거부해 불발된 바 있다.
오 처장은 "구인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방문조사, 현장조사까지 포함해서 최대한 소환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교정당국에서는 나름대로 협조하고 있지만 피의자 측에서 조사에 불응하는 상황이고 최대한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에 윤 대통령 사건을 넘기는 시점과 관련해서는 "검찰과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절차에 미흡함이 없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오 처장은 말했다.
설 연휴 등을 고려해 공수처가 1차 구속기간 만료일로 보는 오는 28일 이전에 넘길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그러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공수처는 오는 28일 1차 구속기간(10일)이 끝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대면 조사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검찰은 구속기간 연장이 법원에서 불허될 수도 있는 만큼 1차 구속기간 만료보다 앞서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송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이에 윤 대통령을 공수처 조사실로 구인하는 대신 구치소 내부에서 현장 조사하는 방안도 열어 두고 있다.


한편 오 처장은 "정당한 법 집행에 나선 공수처 수사진과 영장을 발부한 법원이 불법적인 폭력으로 침탈당한 점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시는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도 말했다.
또 "앞으로 비상계엄 사건에 가담한 대상자들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하겠다"며 "원활한 공소제기와 재판을 위해 검찰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공수처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