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차량 소화기 비치 의무화, 실효성 키워야 한다

정부는 해마다 증가하는 차량 화재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5인승 이상 차량의 소화기 비치를 의무화했다. 2021년 11월 개정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해 12월1일부터 차량용 소화기 의무 설치 대상 차종이 7인승 이상 대형자동차에서 5인승 이상 차량으로 확대된 것이다. 따라서 차주들은 ‘자동차 겸용’이 표시된 ‘차량용 소화기’를 차종에 맞는 규격으로 구매해 차량 내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차량용 소화기 설치와 비치 여부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자동차 검사 시 확인하며, 자동차 겸용 표시가 없는 일반 분말소화기와 에어로졸식 소화용구는 적법한 차량용 소화기가 아니므로 구매 시 유의해야 한다. 차량용 소화기는 운전석 가까운 곳에 둘 것을 권장하지만 장소가 비좁은 경우 트렁크 등의 공간에도 설치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홍보가 부족하고 처벌 규정도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일 춘천의 주유소와 음식점 주차장에서 만난 5인승 이상 차량 운전자 10명 중 9명이 차량용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대상 차량과 구비해야 하는 소화기 종류 등과 관련된 홍보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소화기 설치를 하지 않더라도 처벌 규정이 없다 보니 유명무실한 법령이나 마찬가지다. 도내 차량 화재로 인한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도소방본부에 집계된 도내 차량 화재는 총 662건으로 8명이 숨지고 39명이 부상을 입었다. 실제 지난달 21일 오후 7시36분께 중앙고속도로 춘천휴게소 인근 도로에서 K9 승용차 화재가 발생해 차체가 전소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소화기 설치 의무를 확대한 것은 화재 초기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본인 차량뿐 아니라 다른 차량 화재 진압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문제로 등장한 전기차 화재에 대한 효용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기차는 차량용 소화기로는 화재 진압이 불가능하다. 기존 차량은 소화기 설치 의무 대상에서 빠진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차량 화재 위험은 노후 차량일수록 더 많기 때문이다. ‘자동차 겸용 소화기’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정식 인증을 받은 제품만 인정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제대로 확인할 방법이 없어 피해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자동차 화재 사고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말로만 하는 대책이 아닌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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