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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축산업계 "한국 소고기 월령 제한 풀어달라" 트럼프 행정부에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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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한 관세 행정명령을 들어 보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를 맞아 본격적인 통상 전쟁을 선포하면서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주고 있는 가운데 미국 축산업계가 한국에 대한 소고기 수출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축산업계는 11일(현지시간)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의 검역 규정을 개선이 필요한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지목하고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소고기 월령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이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을 허용하는 월령 제한은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광우병 우려 때문에 한미 양국 정부가 장기간 협상 끝에 2008년에 합의한 내용이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이날 교역국의 불공정 무역관행과 관련해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30개월 연령 제한이 한국에서 민감한 이슈라는 것을 알지만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슈다"라고 말했다.

NCBA는 이어 중국, 일본, 대만은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해 한국과 유사한 30개월 제한을 해제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이 광우병과 관련해 가장 엄격한 기준과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면서 "연령 제한 철폐와 양국 간 과학에 기반을 둔 교역 강화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과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미 한국은 수년째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가치 기준)이지만, 미국 축산업계는 소고기 수출을 계속 늘리려고 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목장의 소[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USTR은 작년에 발간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과 합의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출이 "과도기적 조치"였음에도 16년간 유지되고 있으며, 갈아서 만든 소고기 패티와 육포, 소시지 등 가공육은 여전히 금지됐다고 지적, 사실상 수입 허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USTR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식별하고 이를 개선할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는 4월 1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등 적절한 조치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USTR은 미국과 교역 규모가 크고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국가들을 중심으로 불공정한 관행에 대한 미국 각계의 의견을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접수했다.

미국 철강회사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한국 철강업체들이 보조금을 받아 생산한 제품을 미국 시장에 반복해서 덤핑하고 있으며, 한국의 철강 생산능력이 자국 수요보다 훨씬 커 대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부가가치세 제도가 미국의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등 한국의 불공정하고 상호주의에 어긋나는 관행이 미국 경제에 연간 33억달러의 피해를 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최소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 축산업계가 30개월 이상된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의 검역 규정을 개선이 필요한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지목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소고기 월령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돼 있다. 2025.3.12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이 불확실성이 키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재계의 우려를 일축하며 앞으로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말해 향후 미국의 통상 정책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밀어붙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워싱턴DC의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열린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대화에서 "관세가 (경제에) 엄청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 정책을 발표한 뒤로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등 대미 투자를 늘리고 있다면서 "그들은 25%든 어떤 관세가 되든 내고 싶지 않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세는 (25%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높을수록 기업들이 (미국에) 건설할 것인데 궁극적으로 가장 큰 성과(win)는 관세가 아니다. 관세도 큰 성과이고 많은 돈이다. 하지만 가장 큰 성과는 만약 그들이 우리나라로 오게되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것은 관세 자체보다 큰 성과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어떤 품목이 25%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12일(현지시간)이 다가왔고 내달 2일부터는 외국산 자동차가 관세 타깃이 되는 것도 우리 경제에는 큰 부담 요소다.

모두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제품들로, 주요 생산 기지인 포항(철강)과 인천·울산(자동차) 지역 경제의 위기감은 이미 높아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에 맞서는 동시에 지역 경제 버팀목이 되는 산업마저 지켜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하게 되면서 트럼프發 통상 전쟁의 여파로 큰 충격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와 야적장에서 대기 중인 완성차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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