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시에서 3일 개최된 강원FC 홈경기에 육동한 춘천시장이 경기장 출입을 제한 당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춘천시가 짓고 관리하는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 열린 경기에 정작 집주인 격인 현직 지자체장이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든 곳은 다름아닌 강원FC 구단이다.
강원FC는 이날 경기 시작 2시간여 전인 오후 4시40분께 경기장 밖 도로변에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붙자 춘천시에 제거를 요청했다. 이날 춘천시축구협회 등은 ACL 홈경기 개최 장소를 두고 강원FC와 춘천시 간 마찰이 빚어지던 당시 김병지 대표이사가 춘천을 폄훼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자 이 같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하지만 춘천시가 춘천시축구협회 등과 협의하며 상황을 파악하는 동안 현수막 철거가 늦어지자, 구단은 경기 시작 30분 전인 오후 6시30분께 춘천시에 배부된 모든 출입 비표의 반환을 요구했고 육동한 시장을 비롯한 시청 관계자들의 경기장 출입 금지를 통보했다. 이날 경기장을 떠나기 전 육동한 시장은 “정말 상식 밖의 일다. 춘천시와 지역 축구팬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라며 구단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FC는 이날 경기 도중 춘천시축구협회 등이 김병지 대표이사 해고 촉구 현수막을 펼치려 하자 경호팀을 투입해 이를 제지했다.

김병지 강원FC 대표이사와 구단은 지난달 ACL 홈경기 개최지가 표류하던 때부터 이미 도를 넘은 발언과 행동을 이어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김병지 대표이사는 춘천시와 ACL 홈경기 개최 합의를 두고 마찰을 빚던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K리그 춘천 홈경기 관중, 시즌권 판매 수익 등을 타 지역과 비교하며 “춘천 홈경기 개최 배제를 구단 차원에서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해 오히려 논란 확산을 부추겼다.
이 같은 춘천 폄훼 발언에 지역 축구팬들과 시민들은 분노했고 김병지 대표이사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후 춘천시와 구단이 3차례 실무 협의 끝에 간신히 ACL 홈경기 개최에 대한 타협을 이뤄냈으나 김병지 대표이사는 침묵했다.
구단 역시 ACL 강릉 홈경기 개최가 불발된 후 춘천시에 ACL 개최 의사를 묻는 과정에서 경기 개최 지원금 등을 요구하며 수 일 내로 개최 의사를 회신해 달라고 통보하는 등 일방적인 행정 태도로 비판이 일었던 상황이다.
이번 홈경기에서 김병지 대표이사 사퇴 촉구 현수막을 건 임관휘 춘천시축구협회장은 “춘천 축구팬들과 시민들을 모욕한 김병지 대표이사의 발언은 ACL 홈경기 개최 합의와는 분명히 다른 문제”라며 “스스로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면 명확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육동한 춘천시장과 춘천시 관계자 출입을 금지한 조치와 관련해 강원FC는 “불법 현수막 철거를 춘천시에 요청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고 안 해 주는 것은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하나돼 원정팀과 싸워도 힘든데 홈경기 당일 강원FC를 흔드는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춘천시는 올해 강원FC K리그 홈경기 개최를 위해 경기당 8,000만원을 구단에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팬들의 관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8억원을 들여 4,000석 규모의 가변석을 새롭게 설치했고 조명타워 설치에 11억원을 편성하는 등 대대적인 시설 투자를 계획했다.
이번 상황과 관련해 춘천시는 “강원FC가 경기장 외부에 게시된 시민과 축구팬들의 현수막을 이유로 협력 파트너인 춘천시장과 시청 공무원들의 비표를 회수하고 경기장 출입을 제한하는 등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은 도민 구단으로 공공성과 도민 화합이라는 모토를 훼손한 행위”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행정 절차상 광고성이 없는 현수막이며 게시자가 명확한 경우 계도 조치를 거쳐 철거하게 돼 있고 더욱이 근무일이 아닌 연휴 기간 중 경기 시작 전 게시된 현수막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웠다”며 “춘천시는 도민 구단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 협력할 것이며 강원FC 측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