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산림녹화 기록물, 강원도 보관·전시 방법 없나

강원도 주도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록관 없어 수도권으로 관리 넘어갈 위기
도, 정부와 협상 통해 대안 찾아 나가야 할 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강원특별자치도의 산림녹화 기록물이 도내에 마땅한 기록관이 없어 중앙 정부로 관리 권한이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단순히 귀중한 기록물의 보존 장소에 대한 논의를 넘어 강원도의 역사와 정신,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막중한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척박한 땅을 푸른 숲으로 일궈낸 대한민국의 산림녹화 역사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공 사례다. 그 중심에는 강원도민들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이번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9,619건의 기록물 중 28%에 달하는 2,700건이 강원도가 제출한 자료이며, ‘화전관리대장’과 ‘강원도청 공무원 복지조림조합’과 같은 희소성 높은 기록물은 오직 강원도만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처럼 소중한 기록물이 강원도의 손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지역의 기록물을 잃는 것뿐 아니라 강원도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미래 발전을 위한 중대한 자산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산림녹화 기록물은 과거 강원도민들이 겪었던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 그리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다.

이러한 기록물을 통해 현재와 미래 세대는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을 배우고, 지속 가능한 발전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산림녹화 기록물은 과거의 유물이 아닌 강원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라는 국제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기록물들을 활용한 역사·문화 관광 콘텐츠 개발이 가능하다. 춘천 소재 강원도립화목원 인근에 기록관을 설립하고,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연계한다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매력적인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강원도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정부가 산림녹화 기록물의 수도권 보존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효과적인 관리와 접근성을 고려한 결과다. 하지만 효율성 논리만으로 강원도가 갖는 역사적 의미와 지역 발전의 잠재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록물의 보존을 넘어 그 역사적 가치를 기리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며 미래를 위한 교육 자료로 이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진정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다. 따라서 강원도는 산림녹화 기록물의 도내 보존 및 활용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도립기록관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전향적으로 수립하고 중앙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필요한 예산과 지원을 확보해야 할 때다. 지금이야말로 강원도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소중한 유산을 지켜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중요한 시점이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