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악성 미분양아파트 심각, 건설사 연쇄 부도 징후

강원도 내 악성 미분양 주택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지역 부동산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강원도의 준공 후 미분양은 734가구로 전월 대비 11.6% 늘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다시 700가구대를 넘어선 것이다.

특히 평창, 인제, 원주, 강릉, 삼척, 춘천 등 도내 다수 지역에서 악성 미분양 물량이 누적되고 있어 사안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은 단순한 재고 물량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주택 수요와 공급의 구조적 불균형, 시장 신뢰 하락,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 입주민의 재산권 침해로까지 이어지는 복합적 위기다. 아파트를 다 지어놓고도 주인을 찾지 못한다는 것은 해당 사업지의 입지 조건이나 지역 수요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된 무분별한 개발의 결과일 수밖에 없다. 강원권 전체 미분양 물량은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4,000가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악성 미분양이 계속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중소 건설사다. 이들은 준공 후에도 분양 수익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상환에 차질을 빚고, 자칫 연쇄 부도로 연계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건설사 도산은 곧 아파트의 관리 부실, 입주 지연, 지역 일자리 감소로 확산되며 지역경제 전체에 심대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는 지역 시장의 자생력 약화와 더불어 외부 투자자들의 이탈, 신규 사업 추진의 위축이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현재의 악성 미분양 문제는 단기적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위기임을 인식해야 한다. 우선 지역 실정에 부합하는 맞춤형 주택 수요 예측 시스템이 필요하다. 도내 18개 시·군은 인구, 산업 구조, 교통 인프라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일률적 공급계획이 아닌 지역별 정밀 수요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분양률과 계약률이 낮은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PF 심사와 리스크 평가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부동산 버블과 도산 위험을 방지할 수 없다. 또 국토교통부와 자치단체는 악성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공공임대 전환 등의 정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완공된 주택을 방치하는 것보다는 공공이 일정 부분 수요를 흡수해 사회주택으로 활용하거나 정주 여건을 개선함으로써 입주 유인을 높이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또한 해당 지역 내 청년층·신혼부부·고령층 등의 수요에 맞는 주거정책과 연계하면 주택 시장의 회복력도 기대할 수 있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