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냥, 두 냥, 세 냥 ···”이란 말은 지금부터 120여 년 전 이 땅에서 살았던 우리 조상님들이 흔히 쓰시던 말이다. 이 단어는 구한말 춘천 등지에서 무장 항일 투쟁의 거두 의암 류인석 선생이 의병 활동할 때 군자금을 모금한 기록 「도합수전기(都合收錢記)」에 실감나게 나온다.
‘송산댁 한 냥 그리고 작은댁 한 냥’, ‘수정댁 한 냥’, ‘가곡댁 한 냥 또 한 냥’ ··· (중략).
가곡댁이라는 아주머니가 한 냥을 내고 또 한 냥을 더 냈다는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현실감이 넘친다. 평소 고이 모아둔 쌈짓돈을 내고도 돈을 더 마련하여 치맛자락을 휘감아 움켜잡고 잰걸음으로 마음 졸여가며 몰래 모금에 참여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현장의 생생한 기록이 후대에 얼마나 실감 나는 역사적 가치를 전달해주는지 한지에 찍힌 먹빛처럼 선명하게 보여준다.
도합수전기는 일제의 무력 침탈 세력이 한반도에서 극성을 부리던 구한말 지역주민의 열정을 담아 구국의 신념을 실천하며 나라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마음도 흩어지지 않게 사실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일반 아낙네들이 군자금 기부에 참여한 이 기록은 19세기 말 열악했지만 치열했던 국내 무력항쟁의 생생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줬다. 춘천지역 필부(匹婦)들의 기부행렬이 고흥류씨 문중 기록에서 구한말 호국선열의 생생한 역사적 가치로 되살아난 것은 바로 정보를 기록하여 보존한 덕분이다.
현시대에 와서도 호국역사 기록의 보존은 계속되고 있다. 국가 수호의 주역인 병역이행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데이터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고, 그 중심에는 지금의 병무행정 정보시스템이 있다. 과거에는 수기로 된 종이 문서로 기록해 오다가 1980년대부터 효율적으로 투명·공정한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병무행정 정보화가 시작됐다.
이제는 40년 세월 중년의 경험을 갖춘 완숙한 병무행정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현역병 입영일자 본인선택, 지방자치단체 직원의 지원 없는 평시 병무행정 단독수행, 종합병원 수준의 검사를 지향하는 병역판정검사와 유사시를 대비한 병력동원 정보화, 사회복무요원 관리 등의 병무행정 정보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뿐만 아니라 지능화 적용 민원상담, 블록체인기반 증명서, 50여개가 넘는 행정정보 공동활용, 100여 종 이상의 공공데이터 공개 등 우리나라 디지털 행정 정보화에 앞장서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를 더욱 고도화시키기 위한 병무행정 정보화 사업은 금년 5월부터 시작하여 두 해에 걸쳐 진행되고 최신 정보기술인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플랫폼으로 새 옷을 갈아입게 된다. 대민 서비스로는 모바일과 반응형 웹을 적용하고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군지원입영 추천 알고리즘과 병역이행 알림이 행정서비스를 이용하여 의무자의 편의성과 접근용이성을 높인다. 업무환경에서는 각종 시스템과 여러 기관과의 통합과 연계를 확대하여 업무기능과 절차를 개선하고 인공지능 활용으로 자원관리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또한 최신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으로 노후화된 시스템을 개선하고 운영의 안정성과 확장성 높여 국가 위기대응 능력을 강화 예정이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개인 맞춤형 서비스, 모바일 원스톱 서비스, 범정부 표준화 구현 등으로 병무행정시스템은 더욱더 편리하고 정확하며 안전한 시스템으로 거듭나 국민 곁으로 다가갈 예정이다.
120여년 전 우리네 평범한 이웃 여성들의 신뢰와 열정의 마음을 담아 붓과 먹으로 한지에 기록된 명부가 오늘날 소중한 역사가 됐다. 이제는 정보기술과 첨단 시스템으로 기록하고 저장하여 보존한 병역 데이터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호국 안보의 역사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