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릉과 춘천 등 강원도 지역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의료진에 대한 폭행과 난동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새벽 강릉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천식 증세로 치료를 받던 40대 환자가 의료진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10월에는 춘천의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50대 환자가 간호사와 보안요원 등에게 주먹질을 하는 등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전국 응급실 및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은 5,016건에 달한다. 연평균 1,200건이 넘는 의료진 대상 폭행 사건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직면한 현실임을 보여준다. 의료진에 대한 폭력은 단순한 범죄 행위를 넘어 국민 건강과 공공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다. 특히 응급실은 환자들의 생명이 오가는 공간으로 신속하고 차분한 진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의료진이 폭력 위협과 난동에 시달리면 진료의 질은 물론 환자 안전마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의료진이 위축되고 심리적 불안을 겪으면 필연적으로 의료 서비스 제공에 장애가 생기며, 이는 환자들의 치료 기회 상실로 이어진다. 의료진 보호 없이는 건강한 사회도, 강원도의 의료 환경도 지속 불가능하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가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에 대해 엄중 처벌과 법적 보호 장치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료기관 내 폭행은 일반 폭행과는 달리 ‘가중처벌’ 대상이 돼야 하며, 법과 제도의 미비를 보완해 의료진이 안심하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의료진 폭행에 대한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 수준에 머무르면서 근본적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에 강원특별자치도와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는 경찰과 협력해 의료기관 주변의 안전 강화, CCTV 설치 확대, 비상연락체계 구축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한 의료진 폭행 문제는 개인의 일탈 행위로만 볼 수 없다. 응급실 대기 시간 지연, 의료 서비스에 대한 이해 부족,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과 스트레스가 누적돼 폭력 사태를 촉발하는 사회적 배경도 존재한다. 당국은 의료기관의 응급실 대기 환경 개선과 함께 환자 및 보호자에 대한 충분한 안내와 상담 시스템을 확충하는 등 폭행 예방을 위한 근본적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의료진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환자와 보호자 역시 불필요한 갈등 없이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