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6년 창단돼 올해로 79주년을 맞은 춘천여고 농구부는 강원도는 물론,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전통의 명문 운동부다. 실제로 강계리(신한은행), 김민정(KB스타즈), 박성진(BNK썸), 최예슬(삼성생명) 등 WKBL에서 활약 중인 굵직한 스타들을 대거 배출하기도 했다.
현재 춘천여고 농구부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각 학년별 3명씩, 총 9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정예 팀이다. 인원 수와 관계없이 팀 컬러는 뚜렷하고 전술 완성도는 전국 상위권에 견줄 만하다. 2004년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김영민 감독은 “기본에서 시작해 기준을 갖고 결정하자”는 ‘사명서’를 선수들에게 강조하며 태도와 인성을 우선으로 지도하고 있다.

김 감독은 신장이 크지 않은 선수들이 많은 팀 특성을 오히려 전술에 적극 반영했다. 드리블을 줄이고 패스를 앞세운 빠른 템포의 런앤건 농구를 구사한다. 골밑에서의 높이 열세는 강한 앞선 수비와 넓은 코트 활용으로 극복하고 빠른 트랜지션과 체력전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선수들은 오전 7시부터 아침 훈련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 수업을 마친 뒤에는 저녁 8시까지 메인 훈련이 이어진다. 주말에는 개인적으로 스킬 트레이닝까지 소화하는 등 모두가 농구에 진심이다.

2021년 전국체전 우승을 이뤄내며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단체 훈련조차 어려웠던 시기,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프로그램을 소화했던 그들의 간절함이 극대화돼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2021년 우승은 김 감독에게 더욱 특별한 순간이었다. 1991년 본교 선수 시절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던 그는 30년이 흐른 뒤 같은 학교에서 지도자로 다시 한 번 우승기를 들어올렸다.

올해 팀의 중심은 고3 고은별(185㎝·센터)이다. 중학교 3학년이라는 다소 늦은 시기에 농구를 시작했던 그는 체력 보강과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피지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동기이자 주장 김채연(168㎝·포워드)은 팀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1학년 한예담(172㎝)은 외곽슛에 강점을 지닌 슈터 자원으로 박혜진 선수를 롤모델 삼아 1대1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2학년 임나은(167㎝)은 슈팅과 수비 모두에서 두각을 보이는 ‘3&D’ 유형의 유망주다. 같은 학년 이선하(173㎝)는 트랜지션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로, 스포츠 매니저라는 또 다른 꿈도 키우고 있다.

선수는 적지만 전통은 깊고, 간절함은 더 크다. 춘천여고 농구부는 오늘도 빠른 발과 기본기에 충실한 농구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