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문턱에서 강릉이 다시금 문화도시로서의 품격을 드러내고 있다. 천년의 차 향기를 담은 ‘차문화 축제’를 시작으로 ‘문탠투어’, ‘범일국사 다례재’, 그리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까지 다채로운 문화행사들이 잇따라 열리며 도심 곳곳이 축제의 향연으로 물들고 있다. 지역의 역사와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낸 이 축제들은 단순한 볼거리 제공을 넘어 강릉의 정체성과 미래를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특히 ‘강릉 차문화 축제’는 천 년에 걸친 동해안 차문화의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되살리는 소중한 문화 재현의 장이다. 한옥차실, 찻자리 경연대회, 달빛차회 같은 프로그램은 지역 자산을 체험형 콘텐츠로 재구성한 성공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역사문화 해설과 체험을 결합한 야간 프로그램 ‘문탠투어’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시도다. 야경이 아름다운 강릉대도호부관아를 배경으로 한 이 행사는 관광뿐만 아니라 지역 시민과 방문객 모두가 강릉의 뿌리를 재발견하고 역사적 자긍심을 공유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강릉단오제’다. 올해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20주년을 맞이하는 단오제는 세계적 문화유산이자 지역민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축제다. 강릉시는 이를 기념해 단오별곡, 여성국극, 해외 초청공연 등으로 프로그램의 폭을 한층 넓혔다. 씨름대회, 백일장, 한복 착용자 대상 혜택 등 다양한 체험형 이벤트는 세대를 아우르며 시민 참여를 이끌어 낸다. 이러한 변화는 단오제가 전통 계승을 초월해 오늘날 문화산업으로서도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렇듯 연이어 개최되는 축제들은 단기적인 관광객 유치에 머물러선 안 되며 지역 문화 콘텐츠의 정교한 재해석이자 도시 브랜딩 전략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 강릉은 동해와 설악, 전통과 현대, 예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잠재력 높은 문화도시다. 지역의 자산을 축제라는 형식으로 풀어낼 때 강릉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머물고 싶은 문화거점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따라서 강릉시는 축제를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관리해야 한다. 축제를 통해 창출되는 문화산업 인프라가 지역의 일자리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계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지역 예술인, 청년기획자, 소상공인 등과의 협업을 강화해 지역 내 순환형 문화경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