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종반전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각 당 대선 후보들은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마지막 TV 토론회를 치열한 신경전으로 시작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1분 모두발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빛의 혁명으로 내란을 막아내고 내란 수괴를 탄핵했지만, 내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으로 이번 대선이 이뤄지게 된 점을 상기시켰다.
이 후보는 "6월 3일은 12·3 내란을 완전히 진압하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온전히 회복하는 국민 승리의 날"이라고 말했다.
이어 "빛의 혁명을 투표 혁명으로 완성해달라"며 "국민의 투표가 권력자의 총알을 이긴다는 것을 꼭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적반하장이란 말이 있다"며 "세상에 많은 독재가 있지만, 주로 국민을 위해 독재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범죄자가 자기를 방탄하기 위해 독재하는 '방탄 독재'는 처음 듣는다"고 민주당의 공직선거법 개정, 대법원장 탄핵안 추진 등을 정조준했다.
김 후보는 이날 성사된 민주당 출신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과의 연대를 거론하며 "이낙연 전 총리가 이 괴물 방탄 독재를 막기 위해 저를 지지하겠다고 한다"며 "국민의힘과 굉장히 거리가 먼 분인데도 이렇게 나와주셨다"고 언급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이번 선거는 계엄을 옹호하는 '비상식 세력', 포퓰리즘으로 유혹하는 '반원칙 세력'을 동시에 밀어내고 원칙과 상식을 되찾는 선거"라며 이재명·김문수 후보를 동시에 겨냥했다.
그러면서 "'빨간 윤석열'이 지나간 자리를 '파란 윤석열'로 다시 채울 수는 없다"며 "보름달은 저물고, 초승달은 차오른다. 저 이준석이 정치교체·세대교체·시대교체를 동시에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쿠팡 물류센터 야간조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 씻지도 못한 채 다시 알바 앱을 켜야 하는 청년. TV 토론을 볼 시간도, 관심을 둘 힘도 없는 그 청년에게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말을 걸고자 한다"고 했다.
권 후보는 "선거 때면 찍어달라고 굽신거리지만, 그 정치는 정작 이 청년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지친 어깨에 손을 얹고, '당신의 삶도 바뀔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 내 편이 되어주는 정치, 제가 열겠다"고 말했다.

각당 후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파면과 비상계엄의 내란죄 여부 등을 놓고 본격적인 공방을 벌였다.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파면, 구속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지금 파면돼서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직이 없어졌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이어 "다만 탄핵의 과정에 절차상으로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며 국회 측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 행위를 형법 대신 헌법 위반으로 구성해 심판받겠다고 했던 점을 거론했다. 다만 "어떻든 간에 파면됐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선거를 한다"며 "제가 그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이렇게 후보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가 "탄핵과 파면이 타당했다는 것이냐"고 묻자 김 후보는 "그렇지 않습니까. 헌법재판소에서 판결 난 거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 행위가 아니라고 계속 우기시더라"고 몰아붙이자 김 후보는 "내란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김 후보는 "내란죄에 대한 재판은 지금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니까 재판 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계엄을 내란에 바로 대입해서 (윤 전 대통령을) '내란범'이라고 하고, 우리 보고 '내란 동조범'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폭력"이라고 비판했다.
두 후보는 비상계엄을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이재명 후보는 "계엄 해제에 국민의힘 의원이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다"며 "계엄 해제를 했어야 한다고 보시나"라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는 "저는 1972년 유신 (정권) 때도 계엄 때문에 피해를 봤고, 1980년 5공화국 때도 삼청교육 대상자가 됐다"며 "계엄은 절대 반대하고, 계엄 해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바로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2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관련 민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김 후보가 응하지 않은 것을 거론하며 "사과할 생각이 없으셨나"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김 후보는 "그런 방식은 사과도 아니고 일종의 군중재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본회의장에) 자리에 앉아 있는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해서 (국무위원들에게) 전부 고함을 지르면서 백배사죄하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 후보가 "사과할 마음은 있었느냐"고 재차 묻자 김 후보는 "계엄 자체에 아예 반대했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이준석 후보의 행적을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이재명 후보가 먼저 이준석 후보를 향해 "이준석 후보는 술 드시다가 그때 알아서 집에 가서 샤워하고 시간 끌고 있었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데 해명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집이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식사 자리에 있었던 다른 의원도 똑같이 했다"며 "제가 (국회에) 안 들어가려고 했다는 말씀은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재차 "거기(국회 담장 바깥)에서 말다툼하고 있을 때 옆에 누군가가 '의원님, 담 넘어서 들어가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시끄러워, 인마' 하면서 막지 않았나"라며 "다른 사람들은 옆으로 담을 넘어서 갔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후보가 "그때는 이미 표결이 끝난 뒤"라고 반박하자, 이재명 후보는 "제가 물어보는 핵심은 왜 집에까지 가서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너무 여유롭지 않았냐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저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려는 건가"라며 "여유 있게 하지 않았다. 즉시 가서 즉시 나왔다"고 반박했다.

각자의 정치 양극화 해소 방안도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란 본질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고,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타협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하고 상대를 절멸시키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이번 계엄"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양극화의 근본 원인은 정치적으로 실력 없는 정치 집단들이 충직하게 실력을 발휘해 국민에게 신임받는 게 아닌 노동자와 기업, 동서, 남녀, 노소 등을 갈라서 대립·갈등시킨 후 상대편으로부터 지지를 획득하는 게으르고 나쁜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양극화를 극복하는, 타협하고 공존하는 정치를 만드는 것은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통과 대화, 협치를 복원하겠다. 유능한 사람들을 편을 가르지 않고 제대로 쓰겠다"며 "야당과 대화하고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는 "저 김문수는 제 삶 자체가 국민 통합"이라며 "노동 현장에서 7년 동안 노동자로 약자의 삶을 대변했다. 전남 순천 출신의 아내를 맞이해 영호남의 경계를 허물고 지금까지 잘살고 있다. 좌우를 아우르며 이념적 장벽을 걷어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가 권력을 내려놓고 특권도 폐지하고 약자를 보살피며 대화하면서 도와드려야 한다"며 "만남과 대화를 통해 좌우·노사·빈부·남녀·동서 갈등을 해소하는 통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준석 후보는 "나쁜 정치인 때문에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고 극단적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며 "해결 방법은 분명하다. 거짓말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바른말을 하는 대통령을 뽑아달라"고 말했다. 이어 "낡은 기득권이 아니라 압도적 새로움을 선택해달라"고 덧붙였다.
권영국 후보는 "정치 양극화는 사회적 불평등이 뿌리"라며 "불평등의 뿌리를 둔 기득권 정치를 갈아엎고 진보 정치로 새판을 짜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김 후보는 "이 후보는 재판을 5개 받고 있는데, 전부 보통 재판도 아니고 대장동 위례 신도시(개발 의혹), 허위사실 공표죄 등"이라며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재판을 중지시키는 법도 만들려 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면 대외 활동도 굉장히 어렵다"며 "이런 상태에서 과연 본인이 대통령을 하는 게 맞겠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겠다, 30명으로 늘리겠다 하며 법안도 내놓던데, 본인이 황제도 아니고 황제도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는 자신이 받는 재판을 두고 "수없이 많은 기소는 김 후보가 속한 검찰 정권, 윤석열 정권의 증거 없는, 조작 기소의 실상을 보여준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증거가 없지 않나"라며 "(증거가) 있었으면 제가 이렇게 멀쩡했겠나"라고 되물었다.
'대법관 증원 법안'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사법 절차에 관한 문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정해진 대로 따르면 된다"며 "그런 법률은 국회에서 아직 논의 중이기 때문에 (법관을 증원할 것이라고) 단정하지 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