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지역 개발은 대기업이 한다

현진권 강원연구원장

◇현진권 강원연구원장

국가의 발전 수준이 대표 기업의 위상으로 대변되는 경향이 과거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은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아마존, 중국은 샤오미·알리바바·텐센트, 일본은 토요타·소니, 한국은 삼성·현대차로 대변된다.

지역 발전도 마찬가지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 곧 발전 수준을 좌우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최대 정책 현안은 인구 감소다. 출산율이 0.7 수준에 머물며 국가 전체가 인구 감소를 걱정한다. 특히 지방은 지역 소멸이라는 공포에 빠져 있다. 그런데 유일하게 출산율이 1을 넘는 지역이 있다. 바로 평택이다. 그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있다. 대기업이 소재한 지역은 일자리가 풍부하고,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사람들이 살고 싶은 지역이 된다.

지역 발전은 모든 지방의 주요 정책 목표다. 그래서 적당한 규모의 땅만 있으면 개발계획이 쏟아진다. 그러나 많은 지역에서 실패한다. 핵심 원인 중 하나는 대표할 만한 기업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성공 사례로 판교와 마곡이 있다. 판교는 오랫동안 분당 옆에 비어 있던 공터였지만, 카카오와 엔씨소프트와 같은 대기업이 들어오며 명품 지역으로 탈바꿈하였다. 대기업이 들어오면 그에 걸맞은 고급문화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때 공공부문이 해야 할 일은 교통망 등 인프라를 구축하여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판교역’이 그 예다.

마곡도 천지개벽했다. 그 성공의 중심에는 LG라는 대기업이 있다. 일자리는 지역 발전의 필요조건이다. 대기업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진다. 하지만 명품도시로 발전하려면 일자리만으로는 부족하다. 문화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LG아트센터가 강남에서 마곡으로 이전한 사례는 의미가 크다. 강남에 있던 LG아트센터는 자존심이 강한 문화 인프라였다. 한국에서 흔한 공짜티켓이 없는, 예술을 즐기려면 당연히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공간이었다. 세계 정상급 예술이 만들어지는 곳이자 국내 예술 애호가들에게 최고의 문화 인프라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LG아트센터와 함께 서울식물원이라는 대규모 환경 인프라도 조성되었다. 거주하는 사람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방문하고 싶은 지역으로 개발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교통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교통 인프라는 공공부문의 역할이다. 마곡지구는 지하철과 공항철도로 연결된다. 마곡역에서 LG아트센터로 연결되는 통로를 보며 지역개발의 백미를 경험했다. 대기업이 중심이 되고, 공공부문이 정확하게 그 역할을 실현할 때 지역개발은 성공한다.

춘천역 앞 오래된 공터인 캠프페이지 개발 방향에 대해 논란이 많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면 논쟁이 복잡해지겠지만, 판교와 마곡지구의 개발사례를 보면서 지역개발은 기업에 의해 결정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흔히 지역개발을 공공부문이 중심이 되어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열심히 개발할수록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공공부문은 교통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개발 방향에 맞추어 제공하면 된다. 어떠한 기업을 유치하느냐에 따라 개발 수준이 결정된다. 강원도의 교통 인프라 계획은 매우 낙관적이다. 춘천역이라는 오래된 인프라가 이미 있다. 아울러 서울~속초 고속철도도 착공에 돌입했다. 강원도의 수도인 춘천에 걸맞은 지역개발의 성공 여부는 어떠한 기업이 오느냐에 달렸다. 공공부문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을 오게 할 유인책을 만드는 데 집중하자.

지선 1년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