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 동네 풍경을 떠올려보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골목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친구들과 함께 모이면 자연스럽게 공을 들고 나가 축구나 농구를 했다. 때로는 온 동네를 누비며 술래잡기를 하느라 해가 저무는 줄도 모르고 땀에 젖은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아이들은 마음껏 움직이며 신나게 뛰놀았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다르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무색할 만큼, 아이들의 시선은 오직 손안의 작은 화면만 바라보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마찬가지로 부모 옆에 앉아 조용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스마트폰 및 전자기기 사용의 증가와 여가 활동의 좌식화 등으로 아동·청소년의 신체활동 부족이 일상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3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하루 평균 좌식 시간은 2018년 평균 524분에서 2023년 636분으로 증가해 하루 평균 11시간을 앉아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고, 우리 사회 아동·청소년의 건강상태는 양호하지 않는 않은 것 나타났다. 특히 아동 비만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9~17세 아동의 비만율은 14.3%로 나타났으며 이는 2018년(3.4%) 대비 약 4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최근 들어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지표 역시 눈에 띄게 악화됐다.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심각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인해 자살을 생각한 아동, 즉 정신건강 고위험군 아동의 비율이 4.9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우리 사회 아동·청소년의 정서적·심리적 건강이 위기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굿네이버스는 아동의 건강권 증진을 위해 ‘지금, 움직여봐!’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캠페인은 아동의 신체적 건강과 마음건강의 전반적인 실태를 사회에 알리고, 실천 가능한 작은 약속을 통해 건강한 변화를 일상에서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비만 예방, 수면 건강, 정서 회복, 좌식생활 줄이기와 같은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한 실천 수칙을 통해 아동 스스로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책 제안과 서명도 진행된다. 아동의 건강한 생활 습관 형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 강화, 학교·지역사회 기반 아동 건강 프로그램 및 인프라 확대, 비만·마음건강 고위험군 아동에 대한 공공정책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며, 서명은 굿네이버스 홈페이지 및 전국 29개 지부에서 진행하는 대면 캠페인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모인 서명은 향후 정부와 국회에 전달될 예정이다.
오늘날 아동의 건강 문제는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신체활동의 부족, 수면의 질 저하, 정서적 불안과 스트레스는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아동의 삶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아동의 신체 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4조에서는 ‘아동은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강은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며, 성장과 발달의 단계에 있는 아동에게는 더욱 중요한 권리로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필자는 스스로 질문을 해본다. 우리 아이들이 충분히 움직이고, 쉬고, 회복할 수 있도록 건강을 위한 실천을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이제는 아이들이 신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가정·학교·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함께 움직여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