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0년 강원지역에서는 최초로 태백 장성동과 황지동 일대에서 석탄이 발견됐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일대를 ‘거무내미’라고 부른다. 한자로 쓰면 ‘黔川(검천)’이다.1936년 삼척탄광 도계광업소가 개광했으며 이듬해 장성광업소의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에는 도계, 장성 모두 삼척탄광 소속이었다. 삼척탄광의 매장량은 3억톤 이상으로 추정됐다. 세계적인 규모였다. 장성광업소는 국내 최대 탄광으로 성장했고 삼척군 장성읍과 황지읍을 합쳐 태백시로 승격했다. 태백시와 삼척시 도계읍이 삼척탄광에서 비롯된 셈이다. ▼‘2,430만톤’, 1988년 국내 석탄 생산량이다. 그해 석탄 생산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당시 전국의 광부는 6만2,259명이었고 이 중 70%인 4만3,831명이 강원도에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1987년 석탄산업 합리화와 폐광을 선언했다. 1988년은 석탄산업의 화양연화(花樣年華·가장 아름다운 시절)였다. 36년 뒤인 2024년 국내 최대 규모의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았다. 국내 마지막 국영탄광인 삼척 도계광업소는 오는 30일 폐광한다. 도계광업소는 최초의 국영탄광이자 마지막 탄광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이제는 민영탄광인 삼척 도계 경동상덕광업소만이 남았다. 석탄산업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1448’과 ‘2561’... 석탄 시대의 끝을 두고 우리가 반드시 기려야 할 특별한 숫자들이다. 1448은 탄광 사고로 순직한 광부들의 수를 뜻한다. 2561은 태백 장성광업소와 삼척 도계광업소의 폐광으로 인한 실업 규모 추정치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는 광부들의 희생으로 이뤄졌는데 주민들은 실업과 지역 소멸이라는 또 다른 짐을 짊어지게 됐다. ▼창간 80주년을 맞은 강원일보는 12일 탄광유산미래포럼을 열고 석탄산업의 경제적, 문화적 유산을 돌아봤다. 또 석탄산업에서 첨단산업으로의 전환 가능성도 모색했다. 석탄산업의 문화와 유산을 기록하고 알리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