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80주년을 맞은 강원일보사는 (사)남북강원도협력협회와 17~18일 이틀동안 인제군 서화면 한국DMZ평화생명동산에서 ‘제1회 인제 DMZ 평화생명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는 최상기인제군수,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김도균 더불어민주당도당위원장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 및 DMZ와 관련된 각 분야별 전문가들과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발표 및 토론에 이어, 백두대간 DMZ 현장 답사를 했다.
■기조연설

◇성경일 강원대 명예교수(대변화의 시대, DMZ는 무엇인가?)=“우리나라는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각축하는 틈바구니에 살아왔고, 36년간의 식민지 시대를 겪기도 했다. 그동안 해양이나 대륙으로 진출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 세계사의 대격변의 시기에 남과 북이 민족 분열과 대결을 넘어서 평화로운 협력과 통합을 이루는 길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대륙과 해양에 뻗어나갈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DMZ는 생겨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남북문제의 모든 모순을 담고 있는 현장이다. 남북분단, 적대관계의 지속, 이질화된 두 국가체제를 상징하는 DMZ는 앞으로 없어지거나 유지되는 두가지 중 하나다. 이곳을 DMZ 문화권이라고 명명하고, 그것을 생태문화권으로 본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유일하며 독특한 문화권이 될 것이다. 남북간의 대화나 협력이 상당기간 어려운 상황이다. DMZ 안에는 남북북단의 모순, 전쟁, 국제관계, 기후위기 극복, 과학기술 혁명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들이 모두 담겨있다. 이 곳을 잘 살펴보고 깊이 이해하는 일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방법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결국은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모든 위대한 변화는 작은 변화에서 시작한다. 세계사적 큰 혼돈 변화 속에서 우리 각자와 사회 공동체의 미래를 올바로 열어가는 열쇠가 DMZ 안에 있다고 밀할 수 있다.
■주제발표

◇한상국 전외교부국장 (미-중 경쟁과 실용외교의 과제)=“지난 6일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강대국 정상들과 통화를 하며 접촉을 시작했다. 현 정부가 천명한 실용외교 정책은 우리 외교에서 큰 변화를 가지고 올 것 같다. 의식의 포용성 확장 그리고 가치의 실용성 확장과 연결을 시킨다면 실용 외교는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의 동북아 지역은 세계 정치적 지정학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고, 핵심적인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해외 각국에서 아시아권으로 들어오고, 외교를 하려고 한다. 현 정부가 글로벌 경제·안보·환경 대전환으로 국익 극대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 ,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 협력 강화, 주변 국가의 외교도 실용과 국익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는 것은 현 국제 정세에서 좋은 대처로 여겨진다. 미국과 중국 역시 이러한 관점, 실용외교로 국익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점차 심화될 것이다. 중국의 경제력과 기술력이 크게 상승했으나, 지방정부의 모럴해저드, 분배와 세금정책 등 구조적 모순이 많이 있다. 우리의 관점에서 우리의 이익은 무엇일까 고민해야 한다. 공급망과 혁신기술이 중요한데, 유연성과 실용성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우리는 양쪽을 모두 봐야 한다. 미래 신산업, AI 신에너지, 바이오 등 3대 산업 등 협력할 일이 많지만 미국이 쳐 놓은 울타리에 갇혀서는 안된다. 외교, 대화 협력, 리스크를 보는 계산을 우리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헌수 (사)남북강원도협력협회이사장 (두 국가 시대의 DMZ와 남북협력)=북한의 대남 기구는 과거 적대적이든 평화적이든 통일을 바라는 관계에서 영구분단과 민족 이별이라는 별개 국가를 선언했으며 당의 통일전선부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폐지하는 법 개정을 했다. 다시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의 복귀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이전처럼 우리가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북쪽이 수용을 안 할 것이다. 교류가 있다면 과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같은 방식이 아닌, 접경지역 중심으로 작은 교류가 먼저 시작될 것이다. 특히 이곳 인제를 비롯한 강원도쪽에서는 농림축산어업 분야 등 1차산업 위주로 교류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에는 29개 경제특구 개발계획이 있고, 특히 동해안 쪽에 큰 항구도시가 많다. 우리는 접경지역에서의 남북문제를 재해석해 봐야 한다. 향후 평화한반도 체제에서는 서해안 시대에서 동해안 시대로 변화할 것이다.

◇김종률 DMZ해설사(인제군DMZ와 남북접경)=“인제지역 DMZ를 둘러싼 전투는 1951년 7월부터 본격화 돼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조인되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인제군 서화면의 이포리는 마을 전체가 북한지역이 됐고, 서희리 장승리는 DMZ마을, 가전리는 민통선 이북마을이 됐다. 평화 공존을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가꾸고 관리하는 DMZ 지역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풍부한 문화자원이 있는 인제군 서화면 서희리가 최적지이다. 서희리는 분단과 대결의 상징인 DMZ를 남과 북의 능선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해발 900m에서 400여m로 흐르는 성내천은 군사분계선과 겹쳐 흐르는 하천으로 DMZ 내에서 가장 길게 잘 복원된 계곡이다. 특히 금강송(황장목) 군락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두 체제로 나뉘어 공존하는 시기가 길어지더라도 DMZ를 남북의 평화를 위한 완충지대로 가꾸어 간다면 DMZ 평화공원으로 조성하기에 인제 서희리만큼 적합한 곳이 없다.”

◇박광주 설악금강서화마을이사장(DMZ 접경지역 군 유휴지 및 활용방안)=“정부의 국방개혁 2.0 이후 군부대의 지위 및 역할 변화로 342만㎥ 규모의 매우 넓은 유휴지가 발생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해당 유휴지에 대한 지방정부의 구속 또는 활용 요구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군 유휴지는 대개 규모가 크고 요지에 위치했다. 투기세력 등에게 소유권이 이전된다면 생태계 파괴와 난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곳 서화면에도 후평교 수색대대와 심적리 다리골 대대 등 군 유휴지가 있다. 군 유휴지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청년 농귀촌귀농의 거점시설, 재생에너지단지, 경관농업 활용, 치유형 휴양형 활인촌 조성 등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만큼 군 유휴지를 지방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주민의 오랜 숙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발제·토론

◇박복현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원=“접경지역에서 주민과 군인의 공존, 민·군의 협력은 일반화 돼 있다. 자연과 생태계 복원, 기후변화 대응은 앞에서 이야기한 평화통일보다 더 높은 가치에서 생존과 결부된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중요한 DMZ문화권 형성이 되고 있다. 북한은 여전히 두 일방적 두 국가체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헌법의 가치에서 상대를 바라봐야 한다. 세계적 대변화 속에서도 우리가 평화와 통일의 길이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이루는 것이라고 하면, 남과 북은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라는 남북 기본합의서가 존중돼야 할 것이다. DMZ를 평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신뢰 조성과 동시에 정치적, 문화적 상징성의 복원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DMZ는 한반도 평화의 시작점이자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의 거점이 될 수 있다. 군사적 긴장 완화, 외교적 조정, 국제적 연대라는 삼각전략 아래 우리는 DMZ를 미래 안보의 상징으로 전환시킬수 있는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영동 DMZ평화네트워크상임이사(남북평화협력을 위한 접경지역의 과제)=“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10년만에 재개된 남북 교류협력사업은 짧은 1년의 만남을 끝으로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과 코로나19, 대북전단과 대남방송 갈등으로 이어지며 완전히 중단됐다. 금강산 관광 중단 후 고성에는 폐업한 식당·가게가 늘어났다. 남한과의 협력이 재개된다면 북한은 중앙단위 보다는 지방단위의 협력을 우선시 할 수 있으며, 내륙보다는 남북 접경지역에서의 제한적인 협력 가능성이 크다. 이에따라 DMZ 지역에서 경제협력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DMZ 인근의 남북 접경지역은 파주-개성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농·림·축산 분야에서 소규모 시작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DMZ에 남북 평화 문화권을 조성하면, DMZ가 가진 평화 가치를 새로운 문명적 가치로 승화발전 시키게 된다.이를 위해 DMZ를 세계적인 관광명소화 시켜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도균 더불어민주당도당위원장=“정전(휴전)의 개념은 전쟁을 수행중인 교전 쌍방 군사령관들 사이에서 상호전투 등 적대행위나 무장행동의 일시적·잠정적 중지에 관해 합의한 순수 군사적 성격의 협정에 불과하다. 이것을 70년동안 끌어오며, 한반도의 기본 질서가 규제당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헌법 위에 정전협정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우리 강원특별자치도 접경지역은 경기북부에 비해 규제가 더 많고 특별한 희생을 해 왔다. 이제는 우리가 그동안 입은 피해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이야기 해야 한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정당한 요구도 당당히 말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새정부 들어 남북간 심리전방송 및 전단살포 중단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9·19 군사합의 조기 복원을 위한 남북간 대화채널 가동을 비롯해 접경지역 일대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이사장=“이 곳 평화생명동산에서 비료와 농약을 안쓴지 3년만에 반딧불이 늘어났다. 꿀벌이 사라지는 것은 인류의 기후위기를 보여주는 대목이며, 농작물의 수분에 결정적 기여를 하는 꿀벌이 집단 폐사하면 인류의 미래도 어둡다. 이러한 점에서 DMZ는 생명 가치 운동을 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민통선 지역에서 벌을 키우고 육성하면, 살충제와 전자파 없이 전국에 보낼 수 있다. 평화와 생명을 중심 가치에 두고 자치와 협동을 통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