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급식 수의계약 물량이 급감하면서 접경지역 농가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국방부는 군 급식 농축수산물 수의계약 비중을 올해까지 7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장병 수 격감 등의 여파로 실제 계약량이 반토막 난 실정이다. 특히 화천, 인제, 양구 등 군부대에 의존해온 접경지역 농가는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드는 등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실제 화천의 경우 2021년에는 104억원 규모의 농산물을 군에 납품했지만, 지난해에는 59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인제도 22.5%의 물량 감소를 겪었고, 양구는 5년 사이 납품량이 3분의 1로 줄었다. 이 같은 급격한 감소는 단순한 계약 비율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공급 축소에서 기인한다. 군부대 해체, 병력 감축, 급식 단가 조정 등 변화가 중첩되면서 지역 농가의 수익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군납은 단순한 식재료 공급을 넘어 접경지 농업경제의 중심축이다. 군과 농가는 오랜 시간 상생 구조 구축을 바탕으로 신선하고 안전한 지역 농산물을 공급해 왔다. 이는 군의 식품 안전과 장병 복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지금의 납품 축소는 이런 상생 구조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당초 2024년부터 군 급식 전면 경쟁입찰 전환을 추진하려 했다가 농가 반발로 수의계약 비율을 70%로 유지하기로 했음에도 실질적 물량은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군납 농가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안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접경지역은 기후와 지리적 여건상 일반 농산물 유통에 한계가 있고, 시장 접근성도 떨어진다.
이런 지역에서 군납은 거의 유일한 안정적 수익원이었으며, 특히 고령화된 농촌사회에서 군과의 계약은 지역 공동체 유지의 버팀목이 돼 왔다. 그런데 이마저 줄어든다면 농가의 이탈과 공동체 붕괴는 불가피해진다. 정부는 이제라도 실재적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 우선, 단순한 계약 비율 유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계약 물량의 감축 실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장병 수 감소로 인한 공급 구조 축소에 따른 피해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접경지역 농가에 대한 별도의 직거래 지원, 공공급식 연계,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 등 대체 판로 확보 방안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더 나아가 군 급식 정책이 일방적 행정 편의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농가와의 지속적 소통을 제도화해야 한다. 국방은 국가 안보의 기둥이지만, 농업 또한 식량 안보이자 지방 생존의 핵심이다. 접경지역 농가를 보호하는 것은 단지 경제 논리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생존권 문제다. 정부는 군납 축소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직시하고, 보다 정교하고 상생적인 군 급식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접경지를 지키는 일은 결코 군사적 방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