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의 대표적 순회형 현대미술 프로젝트인 ‘STO 한국현대미술’ 전시회가 4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속초 피노디아 아트갤러리 마키아올리에서 마련된다. 올 2월 인천 ‘잇다스페이스 1930’ 전시를 시작으로 서울, 거제, 여수·고흥, 정읍을 거쳐 이어진 이번 프로젝트는 현대미술의 대중화와 지역문화의 접점을 모색하는 실험이자 담론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속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서로 다른 조형 언어로 현대미술의 의미와 가능성을 탐색한다. 금보성 작가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해체하고 재조합해 기하학적 형태로 구현한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화면 위에 배치된 다양한 각도의 색면 조각들은 문자 구조가 해체되어 이미지로 전환된 형태이며, 오방색 계열의 색채들이 리듬감 있게 얽히며 화면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정광섭 작가 작품은 얼핏 보면 입체 조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극사실주의적 필치로 그려진 평면 작업이다. 수직으로 위태롭게 쌓인 돌들은 각각 다른 표면의 질감과 색조를 가지며, 실제 자연 속의 축원돌탑을 떠올리게 한다. 김민교 작가는 황칠이라는 고유한 전통 재료를 회화로 확장해온 대표적인 예술가다. 붉은 바탕 위에 자개로 형상화한 소나무를 중심으로 구성된 그의 작업은, 자연과 정신성, 그리고 시간의 축적을 동시에 담아낸다. 황칠 특유의 투명하고 은은한 광택은 관람자의 시선을 화면 깊숙이 끌어들이며, 전통의 재료가 어떻게 현대적인 감각으로 변주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한승민 작가는 분해와 재조합의 조형 언어를 통해 무아의 경지와 시각적 환희를 구현한다. 오방색 계열의 밝은 색채와 평면적 이미지 구성을 활용해 꽃과 새, 일상적 모티브를 화려하게 재해석한 그의 작업은, 마치 화면 위에서 춤을 추듯 유기적인 생동감을 전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매체와 주제를 넘나드는 작가들이 참여해, 속초라는 공간 안에 폭넓은 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을 펼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