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29만 명 박스에 갇힌 춘천시가 인구 정책을 진단하고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2025 춘천시 인구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춘천, 인구의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지난 2일 춘천ICT벤처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춘천시와 창간 80주년을 맞은 강원일보가 공동 개최했다.
춘천시 인구는 지난달 말 기준 29만1,005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말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대학생 전입이 활발해 인구 상승세를 보였던 2023년과 지난해 상반기와는 다른 양상이다.
춘천시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자연 감소 및 인구 전출에 대비해 중장기 전략 뿐만 아니라 단기 인구 사수 대책을 고심해왔다. 이에 이달 인구 정책 조례를 제정, 전입 지원 정책을 포함한 포괄적인 인구 전략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 육동한 시장은 “일자리, 정주 여건 개선 대책이 장기적으로 진행된다면 짧게는 인구를 지키는 일을 해야 하고 이제 모두가 힘을 합할 때”라며 “춘천이 인구 감소의 주홍 글씨를 다는 순간 춘천의 브랜드는 망가지고 소멸 도시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조강연
△김정석 한국인구학회장(동국대 교수)=“춘천시의 인구 피라미드를 보면 지난해 말 28만9,000명 대이던 인구가 2040년에도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나타난다. 노년 인구 비율이 늘고 생산연령인구가 줄지만 다행히 소멸 위기를 걱정할 상황까지는 아니다.
춘천의 인구 변동 상황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전입도 많고 전출도 많다. 여러 대학을 보유해 20대 초반 인구가 들어와 20대 후반 빠져나가는 구조이고, 특이한 점은 고령자의 전입·전출도 활발하다. 또 대학이 많아 외국인 유학생 전입이 많다. 인구 구조가 역동적인 것이다.
인구 정책을 수립할 때는 이 같은 흐름 변동을 따져야 한다. 춘천시는 그동안 인구 30만 명 달성을 위한 인구 유입 중심의 정책이 활발했지만 다양한 정책에도 이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춘천을 인구정책실험도시로 설계해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한다.
춘천은 소도시보다 많은 인구 29만 명 규모의 도시로서 행정 역량은 갖췄으면서 대도시에 비해 정책 유연성이 강한 이점을 지녔고 시민과의 연결성이 높다. 수도권과 가깝지만 비수도권의 자율성을 확보했고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등 복합적 환경들이 실험적인 정책에 유리하다.
예를 들어 청년 유입과 고령자의 활동성, 관계인구 순환을 기본적인 틀로 잡고, 청년들의 귀향·정착 및 세대 간 협업을 실험 전략으로 체류형 주거, 맞춤형 일자리, 커뮤니티 정착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역기반 벤처 창업, 각종 협동조합, 기술교실 등이 수단이 될 수 있다.
직접 실험한 결과로 인구 정책을 펼치면 실증 기반의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에 춘천시가 먼저 이 같은 자구 노력을 소개해 지원을 받는 방법도 있다. 인구 30만명 달성도 결국 특례시로서 많은 지원을 얻기 위함이다. 인구정책실험도시 지위가 이에 준하는 지원과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 새로운 전략이 인구 30만 명을 달성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종합토론

△석재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한림대 교수)=“기조 강연을 통해 춘천의 인구 전략, 인구 정책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함으로서 변화 가능성을 찾은 것 같다. 인구정책실험도시가 인구 분야에서 춘천을 브랜딩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오늘 포럼에서 진행된 강연과 토론은 춘천시 인구 정책의 목표가 무엇이 돼야 하는 지와 정주 환경 조성을 위한 전략, 인접 도시를 아우르는 춘천의 도시 기능, 단기적으로 인구 유입을 촉진할 정책 사업들이 폭넓게 다뤄졌다. 춘천의 인구 정책이 단순히 인구를 몇 명 늘리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 춘천의 매력을 높이는 정책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박제철 춘천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인구 변화는 사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에 인구 정책은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에 필수적이다. 이에 춘천시는 단순한 인구 유입 정책의 수준을 넘어 지속 가능한 도시 전략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구조적 해답으로 인구 정책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올해 춘천시 인구 정책은 14개 부서, 47개 사업에서 펼쳐지고 있다. 다만 많은 정책에도 이를 분석, 조정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어 부서별 제각기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흩어진 대응으로는 도시 전체를 살리는 전략을 세울 수 없다.
컨트롤 타워는 단지 1개의 부서를 만드는 것이 아닌 인구 정책을 통합 조정, 우선 순위를 평가하고 시민과 소통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기능이다. 인구 위기에 대한 정책적 접근은 행정 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과 전문가, 지방의회와 공직자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 의회도 컨트롤 타워의 설치와 기능 강화를 위한 조례를 뒷받침해 춘천형 인구 정책 모델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

△양원탁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인구감소지역대응센터장=“20대 인구의 전입과 전출이 되는 상황은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문제가 가장 핵심적이다. 인재가 기업을 찾는 시대가 지나가고 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찾아 수도권으로 점점 모여드는 시대가 됐다. 또 더욱이 디지털 전환의 추세 속에서 기업들은 계속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지역의 경제를 지탱하던 전통 제조업은 위기를 겪고 있다. 그렇기에 대학을 나와도 지역의 주력 산업, 뿌리 내린 기업에 취직하지 못하고 수도권으로 청년들이 떠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 춘천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창업이라는 키워드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원대라는 우수 거점 대학이 창업 보육의 기능들을 상당히 잘 갖춘 상태다. 춘천이 갖는 전략 산업, 주력 산업과 창업 기능을 어떻게 연계할 것 인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광역 행정과 생활 서비스 중심 도시로서 춘천이 가야될 방향을 생각한다면 춘천 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라 인근 화천, 홍천 등을 아우르는 기능적 접근이 필요하다.”

△손대식 시 자치행정과장=“앞서 인구정책 설문 조사에서 시민들은 수도권 인구 유출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았다. 청장년 인구가 일자리, 교육 인프라를 이유로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춘천시는 이에 대응하려 지역의 강점인 6개 대학을 주목했고 타 지역 거주 지역 대학생을 숨은 인구로 보고 발굴하려 노력했다. 이 결과 지난해 춘천 전입 인구의 20%를 대학생으로 채울 수 있었다.
지역 대학생 중 도내 출신은 30% 수준이다. 2023년 발간된 체류 인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춘천에서 1박 이상을 머무르는 체류 인구가 캠퍼스타운 권역만 1만 명에 이른다. 춘천에 장기간 머물지만 인구로 잡히지 않는 학생들이 경제, 문화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잠재 자원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주요 전입 시책과 인센티브를 제공해 학생들이 지역의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넓혀주고 소비를 유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도시 기반 구축, 지역 특화 및 미래 유망 산업 육성 등이 병행되고 있으나 인구 사수를 위해선 단기 정책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정책이 유기적 연계성을 갖춰 유입 대학생이 정주로 이어지도록 대학생 전입 정책과 산업 생태계 전환을 동시 진행하는 것이다.

△조명호 강원연구원 지역균형발전지원센터장=“춘천은 지방 소멸 차원의 문제보다 특례시로 가기 위한 목표에 부합한 전략과 정책들이 필요하다. 이는 생활 인구에 주목하는 타 지역과 다르게 정주 인구를 늘리는 쪽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정주 인구 확대를 위해 크게 일자리와 도시 환경 2가지를 꼽고 싶다.
우선 일자리 측면에서 본다면 결국 가장 큰 기회는 기업혁신파크를 어떻게 새로운 일자리의 중심지로 키워 나가느냐가 중심 전략이 돼야 할 것이다. 산업 단지로서의 기능 만이 아니라 도시의 핵심 구역으로 성장 시키는 고민이다. 또 다른 측면은 다른 지역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춘천이 가진 아주 중요한 자원인 호수의 활용이다. 청년들은 문화적 환경, 쾌적한 정주 환경을 특히 중요시 하는 경향을 띄고 있고 춘천에서 살고 싶도록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려면 결국 호수 주변 도시 환경을 어떻게 꾸미고 브랜딩 할 것인가에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