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짜가 가장 비싼 법이라지만, 정선의 버스는 예외다. 지난 1일부터 정선군의 모든 공영버스가 전면 무료로 전환됐다. ‘와와버스’라는 이름처럼 경쾌한 이 제도는 단순한 요금 면제를 넘어선다. 군민 모두가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교통 복지’의 실현, 그 자체다. 2020년 7월 정책 시행 이후 5년 만에 이용객 수가 165% 증가하며, 연간 이용객만 93만3,000여명에 이르는 수치로 증명된다. 거창한 개발보다 사람을 중심에 둔 변화, 그것이 정선이 택한 길이다. ▼‘중용’에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했다. 당장의 이익보다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해야 한다. 정선은 바로 그 지점을 꿰뚫었다. 농촌 고령자에게 버스는 곧 발이다. 청년에게는 기회이고, 관광객에게는 유입의 동선이다. 교통약자에서 외국인까지,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체계. 그것이야말로 ‘평등’이다. 과거 로마가 ‘도로’로 제국을 다스렸다면, 정선은 ‘와와버스’로 공동체를 엮고 있다. ▼공짜 버스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다.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성장 엔진이다. 막차 연장과 노선 신설은 상권의 맥을 다시 잇고, 400톤 온실가스를 줄인 전기버스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미래의 교두보다. 101억원에 달하는 사회·경제적 편익은 그저 통계가 아니다. 주민 삶의 질이 향상되고, 낙후된 지역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다.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처럼 복지와 지역 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이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와와버스의 완전 무료화 시책으로 인해 아이들의 등하교 걱정을 덜고, 노인들은 장 보러 나설 수 있고, 관광객은 자동차 없이도 정선을 여행할 수 있게 됐다. 정선 주민들이 ‘버스가 있어 살기 편하다’고 하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교통 복지가 바꾼 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주민 곁에 있는 행정’, 그 작지만 확실한 신뢰가 정선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정선의 와와버스는 지금,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