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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삼척 도계 ‘기적의 씨앗’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외국인 유학생 500명. 강원대 삼척캠퍼스가 숫자 하나로 지역의 숨통을 틔웠다. 침체와 쇠퇴의 언덕을 넘지 못한 도계에선 그 수치가 곧 희망이다. 오래전 탄광의 불빛이 꺼지며 사람도, 가게도, 활기도 사라졌지만, 이제 다시 불이 들어올 조짐이다. 이방인의 발걸음이 지역을 깨운다. ▼삼척에 유학생이 몰린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수도권에 집착하지 않고 지역 맞춤 전략으로 길을 낸 결과다. 전국 대학이 ‘학생 증발’에 시달리는 요즘 삼척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수출의 도시 울산이 국내 산업을 일으켰듯, 삼척은 인재를 수입해 지역의 온도를 바꾸려 한다. 이는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바라는 도계판 기적의 씨앗이다. 한때 ‘검은 황금’이라 불리던 석탄이 산업의 심장이라면, 지금은 사람이다. 사람이 다시 모여드는 풍경은 곧 도시의 재생을 의미한다. 이 작은 도시가 국제화라는 대담한 꿈을 꾼 것도 절박함이 만든 창조였다. ▼다만 단기 수치에 취해선 안 된다. 유학생이 외딴섬처럼 머문다면 효과는 반감된다. 문화 충격은 언어보다 깊고, 정착은 환영보다 시스템이 좌우한다. 교육·행정·의료가 삼박자를 맞춰야 한다. 기숙사 안이 아니라 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진짜 이주다. ‘인화(人和)’가 없는 유입은 언제든 이탈로 변질된다. 그들이 도계의 상점에서 밥을 먹고, 지역 사람과 인사를 나누며, 공원에서 함께 숨 쉬는 일이 익숙해질 때 비로소 그들은 삼척의 일부가 된다. 무릇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고금의 이치가 있다. 얻어야 할 건 단순한 머릿수가 아니라 마음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소비자이자 메신저다. 그들의 경험이 지역의 이미지를 만들고, 한 명의 만족이 또 다른 유입을 부른다. 그들의 말 한마디, SNS의 한 줄이 삼척의 국제적 평판이 된다. 오래 굳게 닫혀 있던 도계의 문이 지금, 조심스레 열리고 있다. 이 문이 바람만 드나드는 통로가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곳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 그게 이번 실험의 진짜 성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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