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가 강원자치도에서 해마다 1,2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최근 10년간(2015~2024년) 강원도 내 65세 이상 운전자 가해 교통사고는 1만2,686건에 달하며, 이로 인해 405명이 목숨을 잃고 1만8,87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심각성을 내포한다.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고령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고령 운전자의 교통안전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공의 문제로 인식돼야 한다. 지난 2일 강릉시 성산면 대관령휴게소에서 80대 여성이 운전하던 차량이 식당가를 들이받아 10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는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음을 울린다. 경찰은 이 사고의 원인으로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는 운전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자에게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 유형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는 위험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만 75세 이상 운전자에게 3년마다 면허 갱신과 인지검사, 교통안전 교육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사고가 집중되는 65세 이상~75세 미만 운전자에 대해서는 10년 주기의 신고와 건강검진자료 제출로 족한 실정이다. 이는 연령과 사고 위험 간의 괴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정책적 미비다. 정부와 유관기관은 이에 대응해 올해부터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무상 보급 시범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일부 지역에 국한된 사업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긍정적이지만 고령 운전자 증가 속도를 생각하면 더 신속하고 전면적인 시행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자가 많은 강원자치도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할 때 도 차원의 추가적인 예산 지원과 지역별 설치 확대도 병행돼야 한다.
나아가 고령 운전자의 안전문제는 차량 장치나 제도 개선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고령자 본인의 운전 능력에 대한 자가 인식 제고, 가족의 적극적인 관심, 지역사회의 참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일정 연령 이상 운전자에 대해 지역 보건소나 경찰서에서 정기적으로 운전적성 검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면허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도 검토할 만하다. 또 운전 포기 이후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중교통 접근성 개선, 고령자 맞춤형 이동 지원 서비스 도입도 추진돼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복되는 사고 뒤에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