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가 존재해야 나도 존재한다.” 고대 로마 정치가 키케로의 이 말은 오늘날 대한민국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국방은 국가 존립의 최소 조건이자, 국민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의무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일상은 결코 우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국민의 ‘신성한 책임’ 위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역병 복무는 물론, 사회복무요원·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 등 대체복무자들도 모두 ‘국방’이라는 이름 아래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 ‘동심동덕(同心同德)’, 마음을 함께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말처럼, 역할은 달라도 나라를 향한 마음은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분단의 땅이다. 휴전선 너머 적과 마주한 현실 속에서 지난 수십 년간 전쟁 없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던 건, 각자의 위치에서 충실히 국방을 이행한 모든 이들 덕분이다. 강한 무기만으로 국가가 지켜지지 않는다. 기술자, 공무원, 언론인, 민방위요원 등 모두가 국가 안보의 기둥을 이룬다. 하지만 아직도 복무 형태의 차이를 두고 경중을 따지는 시선이 존재한다. 이는 억지 해석일 뿐이다. 군에 가느냐, 안 가느냐의 문제가 아닌, 국가를 위하는 방식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때 국방의 본질은 더욱 단단해진다. ▼조선의 실학자 정약용은 “나라를 지키는 것은 무력이 아니라, 백성이 마음을 함께하여 의를 따를 때 가능하다”고 했다. 진정한 국방은 총을 드는 것만이 아니라, 조국의 존엄을 지키려는 의식에서 출발한다. 오늘날의 평화는 누구 덕분인가. 출근길에 두려움 없이 나설 수 있는 현실, 전쟁이 뉴스 속 타국 이야기로만 느껴지는 이 평온함은 누군가의 묵묵한 헌신 덕분이다. ▼국방의 의무는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으로서 가장 숭고한 약속이자, 우리가 왜 이 땅을 지켜야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되묻게 하는 책임이다. 이제는 ‘더 힘든 이’를 찾기보다, 공존과 연대의 국방을 다짐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