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그동안 자녀가 부모에게 폭력을 저지르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패륜 사건은 간헐적으로 있었으나, 불면 날아갈세라 애지중지 키웠을 자식을 부모가 총으로 쏴 사망하게 한 사건은 극히 드물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않는 매우 참담한 사건이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했고,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조건 없는 ‘무한 사랑’이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천 길 물 속, 용광로 같은 불 속에도 기꺼이 뛰어드는 것이 부모다.이번 사건은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철저히 계획되고 사전에 충분히 준비된 범죄였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제작과정이 쉽지 않았을 살상용 총을 직접 제작해 범행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심리학자 프로이드는 ‘정신분석이론’에서 아들과 아버지 간의 갈등을 ‘살부혼모’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 했다. 반대로 어머니와 딸 간의 갈등은 일렉트라 콤플렉스라 하여 유아기부터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더 좋아하게 되면서 성격이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우리 조상들은 이 같은 가족 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예로부터 ‘충’과 ‘효’를 강조해 왔다.
현재 인류는 창세기 이후 최고 수준의 번영을 이루고 문명의 이기 속에서 풍요로운 삶을 향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인해 인간성을 상실하면서 인간 소외니, 인간성 부재니, 윤리와 도덕의 파괴니 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면서 인간성 존재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인간성 상실의 시대는 물질문명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산업혁명 이후 급물살을 탔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디지털 문화는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이제는 작은 스마트폰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고, ‘챗GPT’는 모르는 게 없다.
이처럼 편리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보다 ‘나’를 중시하는 이기주의가 확산하게 됐고, 이는 곧 인간성 말살의 주요인이 됐다. 이에 뜻있는 학자들은 인간의 재발견과 인간의 사회적 목표·가치의 재확립 등 ‘인간성 회복 운동’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지만,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인간성의 개념 자체가 변화했다. 문화의 발전 속도에 맞춰 혼밥, 혼술 등이 보편화되고, 전통적인 가족과 공동체 구조는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흉측한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 공공장소에서의 무차별 범죄, 인간이길 포기한 엽기적인 사건,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 발생하는 폭력 및 살인 사건 등이 반복될 때마다 우리 사회는 ‘큰일 났다’고 호들갑을 떨며 대책을 내놓지만, 결국은 백약이 무효다. 유일한 극약처방은 ‘인간성 회복 운동’이라고 믿는다.
‘인간성 회복 운동’은 국가가 주도해야 하며, 범사회적으로 모든 국민이 함께해야 한다. 미디어는 막장 드라마 같은 비인간적 프로그램 대신, 아름답고 따뜻한 인간애가 넘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가정에서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 어려운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학교는 윤리와 도덕교육을 강화하고 인간 존엄성과 생명존중에 대한 체계적인 인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공동체를 위한 봉사활동을 일정 시간 의무화하고, 이를 입시에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이대로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인간사회를 떠받쳐 온 인륜 및 천륜은 무너지고,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분위기는 더욱 심화돼 말 그대로 인구절벽은 현실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번 사건을 남의 일 보듯 넘기는 순간, 곧 나의 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 ‘인간성 회복 운동’을 시작하지 않으면, 더욱 끔찍한 사건 사고들이 연일 넘치도록 발생할 것이라는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