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면서 유급 대상이 된 의대생 8천명의 2학기 복귀를 두고 특혜 논란이 불거지는 것과 관련해 교육부는 28일 "특혜 얘기보다는 아이들 상처를 보듬고 어떻게 교육을 잘할지에 대해서 결정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구연희 교육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1년 반 동안 국민, 대학, 학생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었고 상처도 많이 받았다. 모두에게 잃어버린 시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교육부는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하면서 유급 대상이 된 의대생 8천명의 2학기 복귀를 허용하고, 본과 3·4학년생이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추가로 치를 수 있도록 해 특혜 논란을 빚고 있다.
여기에 일부 대학은 온라인 영상 강의로 1학기 수업을 대체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며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미 복귀한 의대생과 2학기에 학교로 돌아올 의대생 사이의 갈등도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이에 대해 구 대변인은 "학사 관련 내용은 담당 부서에서 해당 대학에 확인 중"이라며 "대학별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 것 같고 교육부와 조만간 협의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간 갈등 문제는 저희도 잘 생각하고 있고 학교에서도 이 부분을 신경 쓰고 있는 걸로 안다. 학교와 함께 세밀하게 보듬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구 대변인은 학교가 복귀 의대생을 대상으로 단축 수업을 하는지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필요한 때엔 점검할 계획이지만 지금 당장 무엇을 어떻게 점검하겠다고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정부가 의대생 복귀를 허용하며 내세운 근거인 '의사 수 공백'에 대한 데이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통상적으로 봤을 때 매년 3천명씩 의사가 배출돼야 했는데 한동안 배출이 안 되지 않았느냐"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과적으로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는 전국 의대 학장들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와 긴급 회의를 열고 1학기 수업에 복귀하지 않아 유급 대상이 된 의대생 8천명의 2학기 수업 복귀를 결정하고 교육부에 입장문을 전달했다.
이에 교육부는 같은 달 25일 의총협의 의대교육 정상화 관련 입장을 존중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수 의대는 1년 단위로 학사 과정을 짠 '학년제'로 운영돼 현행 학칙대로면 유급 확정 시 2학기 복귀가 불가능하다.
이에 의총협은 교육부와 협의해 학칙을 '학년제'에서 '학기제'로 바꿔 유급 학생들이 2학기에 복귀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의총협이 교육부에 전달한 입장문에 따르면 미복귀 의대생이 2학기부터 수업을 들을 경우 학년별로 구분해 교육하고 방학 등을 활용해 1학기 미이수 학점을 이수하게 된다. 이를 통해 예과와 본과 1, 2학년은 내년 3월 정상적으로 진급하고,.임상실습 위주로 수업받는 본과 4학년은 내년 8월 졸업한다.
의대생 복귀 방안의 최대 난제였던 본과 3학년 졸업 시점은 2027년 2월과 8월 중 대학 자율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의총협이 제시한 졸업 시점대로라면 예과와 본과 1, 2학년과 임상실습 기간이 타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짧아 2027년 2월 졸업하는 일부 대학 본과 3학년은 학칙이 정한 예과와 본과 6년 교육 연한보다 한 학기 줄여 졸업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전공의들이 28일 환자단체를 찾아 장기간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불편과 불안을 겪은 국민에게 사과했다.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에서 환자단체 대표들과 만나 "1년 5개월 이상 길어진 의정갈등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 사태가 장기화한 데 대해 의료계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아울러 의료계를 대표하고 이끄는 위치에 있었던 일부 의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도 대한민국의 일원인 젊은 의사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저희는 앞으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고 보다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긴 세월 국민과 의료계 모두 상처받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 의료를 함께 재건하자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전 정권에서 경험했듯 온갖 불법적인 명령과 과도한 규제와 억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며 "중증의료의 재건(필요성)과 지역 의료 불균형에 대해 저희 젊은 의사도 공감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회복된 신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미래 의료를 재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의 자리도 그를 위한 하나의 중요한 발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며 "환자와 의사 간의 유대를 다시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환자단체는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의 '진짜 피해자'는 환자라며 이 사태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정부와 여당은 의료 공백의 책임자인 전공의 복귀에만 집중하고 환자의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나 입법 개선에는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의들에게 "다시는 환자의 생명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며 "조건 없는 자발적 복귀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