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재난은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최근 반복되는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국지성 재난들은 더 이상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다. 기후 위기는 단순한 자연현상을 넘어, 일상의 안전을 위협하는 새로운 형태의 재난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예측 가능했던 재난들이 이제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이에 소방의 전략 또한 ‘출동 중심 대응’ 방식이 아닌, 사고가 나기 전에 위험을 감지하고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소방의 핵심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재난에 대한 사회 전체의 대응 패러다임도 함께 전환되고 있다.
원주소방서는 여름철 수난사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계곡, 하천 등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시민수상구조대 운영 실태를 직접 점검했고, 7월 18일에는 반계저수지 일대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고립 상황을 가정한 실전형 구조훈련을 실시했다. 이러한 훈련은 실제 상황에서의 대응력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로 불과 하루 뒤인 7월 19일 오후 2시경, 원주시 판부면 용수골 계곡에서는 40대 휴양객이 갑작스레 불어난 물에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 요청을 접수한 119는 신속히 출동해 약 30분 만에 해당 시민을 안전하게 구조했고, 다행히 큰 부상 없이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기상이변으로 인한 돌발 상황은 예고 없이 찾아오며, 이처럼 반복된 훈련과 선제적 대비는, 재난 현장에서 단 한 생명을 살리는 결정적 차이를 만들어낸다.
또 폭염에 대비한 구급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온열질환 응급환자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구급차량 내에는 얼음팩, 전해질 음료 등 폭염 대응 장비를 상시 비치하고 있으며,‘펌뷸런스(Pump + Ambulance)’를 확대 운영 중이다. 펌뷸런스는 구급 활동이 가능한 소방펌프차로, 일반 화재진압 뿐만 아니라 응급처치와 환자 이송이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최근 폭염과 집중호우 등 기후 재난이 일상화되는 가운데,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장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 체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지 않으면 재난을 온전히 막아내기 어렵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생활 속 안전지킴이’라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정 내 전기·가스 안전 점검, 어르신과 어린이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는 모두 생명을 지키는 가장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예방 활동이다.
결국 안전은 대비로 시작되지만, 시민의 참여로 완성된다. 시민 한 사람의 관심과 실천이 더해질 때, 소방의 ‘대비’는 비로소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생활 속 안전문화의 정착이야말로 재난에 강한 도시를 만드는 출발점이다.
더 나아가 우리 지역 사회 전체가 함께 협력하고 연대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재난 앞에서 강한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원주소방서는 단순한 화재 대응 기관을 넘어, 공동체의 안전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기후위기는 미래 세대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구축하는 예방과 대응 시스템은 내일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물려줄 안전 기반이기도 하다. 오늘의 대비는 곧 내일의 생명을 지키는 실천이다.
원주소방서장으로서 우리 지역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도시가 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시민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재난으로부터 한 걸음 더 앞선 준비, 정교한 대응과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그리고 단 한 생명이라도 더 지키기 위한 현장 중심의 실천을 위해 원주소방서는 오늘도 그 사명을 지켜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