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남성들이여! 양산을 씁시다!

이남규 미소금융 강원춘천법인대표

더워도 너무 덥다. 이젠 30도 조금 넘는 더위는 더위도 아니다. 한 35도쯤 돼야 덥다고들 한다. 이를 두고 언론에선 ‘극한 폭염’이라고 접두어를 붙였다.

올해 7월29일 전국에서 유일하게 폭염 관련 특보가 없던 태백에도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이 정도면 전국이 가마솥인 셈이다. 전국에 연일 폭염이 지속 되면서 7월28일 기준 올여름 온열질환자 수가 2,500백여명에 육박하고, 사망도 11명이나 된다고 한다. 작년의 2.5배 수준이다. 이젠 폭염이 재해 아닌 재앙이 될까 두렵다.

제 직장이 춘천중앙로 근처이다 보니 가끔씩 지하도 상가에 간다. 소소한 쇼핑이나 지인들과 차담도 하지만 운동 삼아 거니는 편이 많다. 평소엔 사람들 발길이 뜸하더니 요즘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해서 활기가 넘친다.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러 온 까닭이다. 말하자면 일종의 몰캉스(쇼핑몰+바캉스)인 셈이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에서의 몰캉스는 눈치(?)가 보이지만 이곳은 안전(?)하다. 더군다나 행정에서 지정한 ‘무더위쉼터’다. 이곳에선 지금도 가끔 문화공연 등이 이루어 지지만 조금은 아쉽다. 한여름이나 한파가 심한 한겨울 철에는 이곳에서 좀 더 풍성한 문화행사 등이 있었으면 제대로 된 몰캉스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곳을 나와 40여 도를 넘보는 불볕더위 속 거리에 나서보면, 다니는 것조차 고통이다. 피부가 따갑기조차 하다. 그래도 주위의 많은 여성들은 양산을 쓰고 다닌다. 그런데 남성들은 양산이나 우산 쓴 사람이 거의 없다. 거의 맨몸으로 더위와 사투를 벌인다. 이즈음 더위 피크타임인 오후 세 시쯤 인근 주민센터에 다녀 올 일이 생겼다. 엄두가 나질 않는다. 생각다 못해 우산을 집어 들었다. 한결 시원하다. 속으로 “아! 진작에 쓸 걸.. ” 우산의 영어단어 ‘umbrella’가 라틴어 ‘그늘’이라는 뜻의 ‘umbra’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면 우산의 용도는 햇볕 가리기가 원조였음이 분명하다.

양산이 별 실효가 있을까? 남자가 양산 쓰고 다니면 좀 그렇지 않나? 등 많은 되물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효과가 있다. 실제로 서울연구원에서 제시한 자료엔 양산은 체감온도를 최대 10도까지 낮춰줄 수 있다고 한다. 또, 일본 환경성도 양산이 ‘땀 흘리는 양(발한량)’을 20%가량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양산을 쓰면 10m 간격으로 있는 가로수의 효과와 맞먹는다고 발표하고 있다. 어찌 됐든 양산을 쓴다면 안 쓰는 것보다 훨씬 시원하고 유익하다. 그래서 남자도 양산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저는 앞으로 뜨거운 날엔 염치 볼 것 없이 우산을 쓸 작정이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탄소감축 등 중후장대한 계획과 실천에도 힘써야 하지만 소소한 실천행동도 힘써야 한다. 이를테면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선 더위쉼터 운영프로그램이나 ‘폭염시 양산쓰기 캠페인’같은 조그마한 것도 적극 실시할 때인 것 같다. 지금 나부터 실천합시다!. 더울 땐 양산을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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