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백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은 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폐업한 목욕탕, 무너진 담벼락, 잡초가 자란 공터, 그리고 철거된 아파트의 빈자리에 이르기까 태백시 장성동 일대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유휴 공간들이 곳곳에 남게 됐다. 올 9월 이 ‘버려진 자리’들이 예술을 품은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2년 주기로 열리는 태백비엔날레의 두 번째 전시인 ‘날땅: 뜻밖에 등장하는 윤곽들’이 다음달 1일부터 한 달간 태백시 장성동 일원에서 펼쳐진다.
‘날땅’은 화전민들이 사용하던 말로, 아직 손대지 않은 거친 땅을 뜻한다. 이번 전시는 다듬어지지 않은 공간에서 떠오른 삶의 흔적과 이야기를 예술의 형상으로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며, 폐광촌의 기억과 풍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배주현, 신예선, 이다슬, 전지, 정희우, 황재순 등 6인.
이들은 지난해 태백에 머물며 마을의 장소성과 주민의 일상, 사라진 공간의 흔적을 관찰하고, 이를 예술적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쳤다. 작품은 마을 산책길, 하굣길 등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오가는 길목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설치된다. 별도의 전시장 없이 유휴공간과 공공장소를 활용한 전시는 누구나 예술을 가깝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특히 올해에는 지역 청년들과의 협업 프로젝트 ‘찰칵 원정대’의 결과물도 선보인다. 과거 장성 광업소 사택이었던 ‘화광아파트’ 철거 전 기록된 청년들의 사진들이, 현재 그 자리에서 운영 중인 마을 영화관 내부에 전시된다.
과거와 현재가 겹치는 이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사라진 기억의 윤곽을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한편 이번 행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탄탄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이 주관한다. 조합은 비엔날레와 더불어 지역 주민 중 예술적 재능을 지닌 작가들을 발굴하고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도 함께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