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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용문~홍천 광역철도

◇일러스트=조남원 기자

철로 한 줄이 사람의 운명을 바꾼 역사는 수없이 많다. 나폴레옹이 “도로가 제국을 만든다”고 했듯, 길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권력과 번영의 혈관이었다. 그러나 2025년 강원특별자치도 지도 위에 유독 비어 있는 자리가 있다. 홍천이다. 수도권과 숨결을 맞댄 땅이면서도 기차 소리를 들은 적 없는 고장. 자동차 바퀴가 남긴 먼지가 세월을 덮는 동안, 이곳의 젊음은 점점 사라져갔다. 그 빈자리를 메우겠다는 오랜 꿈이 바로 용문~홍천 광역철도다. ▼지금 홍천은 ‘고립의 아이러니’에 갇혀 있다. 서울과 90분 거리지만, 그 90분의 장벽이 삶의 무게를 더한다. 하늘길도, 바닷길도 없는 내륙에서 도로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옛 문헌에서 “수레 소리가 끊기면 시장도 죽는다(輿聲絶 則市亦死)”고 했다. 교류 없는 경제는 곧 쇠락이다. 실제로 홍천은 최근 인구가 줄고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용문~홍천 철도가 놓이면 수도권과 강원 내륙은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인다. 수도권 과밀을 완화하고 강원 중서부의 숨통을 틔우는 일석이조의 해법이다. ▼철도는 비단 경제 논리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통즉불통(通卽不痛)’이라 했다. 즉, 막힘이 없으면 아픔도 없다. 물류와 사람, 정보가 흐르는 길이 열려야 지역은 살아난다. 철로를 타고 서울의 문화가 홍천에 스며들고, 홍천의 자연과 산업이 수도권에 닿는 그날, 도시는 비로소 맥박을 찾는다. 이는 단순한 교통 편의가 아니다. 일자리, 교육, 의료, 모든 삶의 질이 철로 위에서 달라진다. 지역이 버티는 힘은 연결성에서 나온다. 지금의 홍천은 연결을 갈망하는 섬이다. ▼그러나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은 높다. 경제성 지표는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잣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공익적 가치가 배제되면, 또 하나의 세월이 흘러갈 뿐이다.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는 명백하다. 이 철도는 강원자치도의 미래를 바꾸는 ‘선’이다. 선 하나가 그린 원 안에 수도권과 강원의 상생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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